사용자 1083만명…쿠팡에 이어 2위
사내 중고거래 게시판에서 아이디어
반경 6km이내 게시물품 ‘쿨매’로 신뢰
AI가 0.3초만에 게시글 판독 신속조치
코로나 사태에도 자전거 등 직거래 ↑
쉿! 내달 영국외 선진국에 진출합니다
사람 간 만남과 접촉이 줄어드는 코로나 시대. 중고거래 하나로 ‘집콕족’을 밖으로 끌어낸 서비스가 있다. 동네 중고 직거래 마켓을 지향하는 중고 거래 앱 ‘당근마켓’이다. 올해 5월 쇼핑 앱 사용자 수 1083만명을 기록해 1위(1349만)인 쿠팡에 이어 2위에 올랐다. 5년 차 스타트업으로서는 드물게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전 국민의 5분의 1이 사용하는 당근마켓의 성공 비결은 뭘까.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본사에서 만난 김용현(42)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카라 티셔츠와 반바지, 슬리퍼를 신은 소탈한 차림이었다. 그는 “오는 15일이면 당근마켓 5주년을 맞는다”며 수줍게 웃었다. 김 대표는 삼성물산 상사부문을 거쳐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기획자로 경력을 쌓아 2015년 김재현(41) 공동대표와 당근마켓을 창업했다.
당근마켓이 태어난 지는 5년 밖에 안됐지만, 그 가치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지난달 기준 앱 누적 다운로드 2000만건, 월간 순 이용자 수(MAU)는 지난 1월 480만명에서 6월 890만명으로 2배 증가했다. 거래액은 2016년 46억원에서 지난해 7000억원으로 3년 만에 152배 늘었다.
김 대표는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작년 11월 서비스 운영을 시작한데 이어 오는 8월 글로벌 신규 시장 문을 두드린다. 아울러 영국 5개 중소 도시에서만 선보이던 서비스를 이 곳의 심장부인 런던까지 확대한다.
당근마켓의 시작은 김 대표의 전 직장인 카카오 사내 중고거래 게시판이었다. 회사 동료들이 하루종일 사내 중고거래 게시판에 들락날락 거리는 것을 보고, ‘아, 이거구나’ 싶었다.
김 대표는 “당시 현 공동대표인 김재현 씨를 처음 만나 맛집 추천 앱인 ‘카카오플레이스’를 함께 출시했는데 4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실패 원인이 이용자의 방문 빈도가 낮고 체류 시간이 짧은 것”이라며 “그 와중에 동료들이 사내 중고거래 게시판에 자주 들어가는 것을 목격해 힌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15년 판교를 기반으로 한 ‘판교장터’를 설립했다”며 “초기에는 IT(정보기술)회사 직원들만 사용했으나 판교 주민들이 함께 사용하고 싶다고 요청해 이름을 ‘당근마켓’으로 바꾸고, 거래 지역도 전국으로 확장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당근마켓을 창업할 당시 이미 중고거래 시장에는 ‘중고나라’라는 강력한 사업자가 있었다. 맘카페에서도 중고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졌다. 그래서 창업 초기 가장 큰 고민은 기존 중고거래 사이트와의 차별성을 찾는 것이었다. 이에 김 대표는 ‘내가 거래하기 원하는, 우리 동네에서만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자’고 기획했다.
그는 “중고거래가 이뤄지는 맘카페는 가입이 어렵고, 중고나라는 사기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동네 주민끼리 만나서 직거래하면 가까워서 편리하고, 사기도 안 당할 것 같아 거주 지역 반경 6㎞ 안에서 등록한 상품만 노출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 초기에 김 대표에게 가장 큰 일은 사이트에 올라 온 부적절한 거래 정보를 걸러내는 것이었다. 그래야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당근마켓이 도입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이었다. 그는 “초기에는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 일일히 신고가 들어온 게시물을 확인해 미노출 처리를 했는데, 데이터가 어느 정도 축적된 후에는 AI 머신러닝이 이 일을 처리한다”며 “100명의 운영 인력이 할 일을 AI가 대신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당근마켓의 고객 확장은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한 김 대표의 노력도 한 몫 했지만, 사실 올해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덕도 컸다. 김 대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회사가 급성장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을 꾸미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진 것 같다”며 “오랜만에 대청소를 하면서 필요 없는 물건을 팔고 돈도 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대면 소비의 확산에도 대면 서비스를 지향하는 당근마켓이 인기를 끈 것은 여러 명이 모이는 서비스가 아니다보니 큰 거부감이 없어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당근마켓의 국내 성공에만 안주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에는 처음으로 영국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서 ‘제2의 도약’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영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서구 문화권에 맞게 앱(App)에서 당근 캐릭터를 빼고, 전체 앱 디자인을 심플하게 바꿨다. 이곳에서는 당근 캐릭터를 유치하게 생각해 앱을 마치 유아용 앱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또 거래 범위도 거주 지역 6㎞에서 15㎞로 늘렸다. 한국과 비교할 때 영국 도시의 인구 밀도가 낮고 집 간격이 떨어져 있어서다.
그는 “런던에서 실패하면 타격이 커 작은 도시인 사우스햄튼에서 시작해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왔다”며 “여러 도시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 방식을 찾았고, 드디어 올해 드디어 런던에 진출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영국에 처음으로 진출한 이후 맨체스터·사우스햄튼·버밍험·리버풀·셰필드 등 5개 지역에서 8만명의 월간 순 이용자 수를 보유하게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최근 경쟁사가 해외 시장에서 자사 서비스를 모방한 것에 대해선 “라인이 지난해 베트남에서 당근마켓을 표절한 ‘겟잇’을 선보였지만, 얼마 전 베트남에서 철수했다”며 “겉모습은 모방하기 쉬워도 안에 있는 세세한 기능까지 옮길 수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지금은 겟잇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원래 해외 진출 계획이 없었는데, 겟잇이 나오고 나서 해외 시장 진출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내달에는 영국 외의 국가에도 진출 계획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당근마켓의 빠른 확장성 덕에 최근 올해 목표를 다시 높여 잡았다. 그는 “올해 월간 순 이용자 수 1500만명을 목표로 모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계획을 1000만명에서 1500만명으로 최근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중고 거래 앱을 만들고 싶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해외에 전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