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홍콩 특별지위 박탈 파장

美 군사장비·이중용도 기술 통제

메모리 반도체 ‘이중용도’ 판단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향 불가피

미국 상무부가 30일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하면서 우리나라 주요 수출기업들에 적색 경보가 발령됐다. 사진은 홍콩 항구의 모습. [홍콩 해상 및 항만위원회 제공]
미국 상무부가 30일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하면서 우리나라 주요 수출기업들에 적색 경보가 발령됐다. 사진은 홍콩 항구의 모습. [홍콩 해상 및 항만위원회 제공]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자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조치로 맞대응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우려하던 수출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날 특별지위 박탈을 단계적으로 이행해 나가면서 미 군사장비 수출 중단과 ‘이중용도’ 기술에 대한 수출 제한 등을 시행키로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이 조항이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으로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 미칠 영향에 대한 파악에 들어갔다. 다만 다행히 우려하던 수출 관세 혜택의 즉각적인 상실은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없애기 위한 추가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관세 혜택의 상실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출 기업들은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전 미국의 변화된 홍콩 정책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파장과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현재 홍콩은 ▷민감기술을 미국으로부터 구매할 권리 ▷경제 관련 협상은 홍콩 자치 정부와 직접적으로 시행 ▷홍콩산 제품은 홍콩산으로 취급해 중국산에 부과된 관세 면제 ▷ 미국 달러와 홍콩 달러 간 자유로운 교환 허용 ▷ 비자, 영주권 발급 차별화 등에서 특별지위 혜택을 누리고 있다.

미국은 이 가운데 민감기술을 미국으로부터 구매할 권리의 적용을 이날 중단했다. 이에 따라 미 군사장비의 수출이 중단되고 ‘이중용도’ 기술에 대해 홍콩에도 중국과 같은 제한이 가해진다. 이중용도 기술은 상업과 군사 용도로 모두 쓸 수 있는 기술로, 민감한 기술은 민수용에서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어 수출 통제 대상이 된다.

이 조항의 적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수출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24일 화웨이,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하이크비전 등 중국 기업 20곳을 ‘사실상’ 중국 인민해방군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규정하고 관련 리스트를 미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사실상 방산기업 지정과 같은 효과로 이들 기업을 향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 거래에 경우에 따라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반도체업계는 국내 기업들의 메모리반도체는 이중 용도 기술이나 상품이 아니어서 당장은 직접적인 타격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기준 반도체의 대홍콩 수출금액은 222억8700만달러로 전 세계 수출물량 가운데 17.3%를 차지했다. 이 중 80%가량이 메모리반도체로, 홍콩에 수출된 물량은 90% 이상이 중국으로 재수출됐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앞서 미국의 화웨이 제제 이후에도 아직 크게 달라진 상황은 없었다” 라며 “지속적으로 미국의 스탠스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기업들은 다음 스텝으로 예상되는 관세 면제 혜택의 상실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혜택이 사라지면 319억1300만달러의 수출 교역국을 잃게 되는 것과 같은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실제 홍콩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은 우리나라의 4대 수출 교역국으로, 지난해 301억 4000만달러의 무역 흑자를 낸 우리나라의 무역 흑자 1위국이기도 하다. 2009년 이후 무역 흑자국 1위를 차지했던 중국을 2위로 밀어낼 정도로 미-중 무역 전쟁 속에 관세 혜택 등을 누리는 전략적 지역으로 꼽혀왔다.

이처럼 홍콩이 수출 시장에서 막대한 무역 규모를 기록하게 된 데는 홍콩이 중국으로의 수출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홍콩은 6029억달러 수입액 중 87.1%인 5253억달러를 재수출(Re-Export)했으며, 이 중 중국으로 재수출한 금액이 2894억 달러로 전체 재수출의 55.1%를 차지한다.

국내 수출 기업의 통계에서도 홍콩특별행정구 정부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홍콩으로 수출한 물량 가운데, 다시 중국으로 재수출된 비중은 87.5%에 달한다.

결국 관세 면제 항목의 폐지는 중간재 부품의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통상팀 부연구위원은 “홍콩을 통해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우리 제품 중 대부분이 중국으로 향하는 만큼, 홍콩의 중계무역지로서의 역할 약화에 따른 대중국 직접수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