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내외 경제구조가 크게 10가지 부문에서 변화를 겪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대공황,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경제위기 때도 중요한 경제구조 변화를 초래했단 점을 감안, 이번 코로나19도 탈세계화 등 그에 못지 않은 환경 및 시스템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1.경제주체 행태변화=한은은 29일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경제구조 변화와 우리 경제에의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코로19는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의 행태 변화를 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계는 코로나19 확산과 그 대응 과정에서 실업, 소득감소, 경제·사회 활동의 제약을 경험함에 따라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는 가계가 불확실성에 대비,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일 가능성을 높여준다.
기업은 제고비용 경감 등 효율성 외에 불확실성에 대비한 복원력·유연성에 대해 과거보다 더 큰 가치를 부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자국이익 우선, 사회안전망 강화 등에 국민 기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의 의지도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2. 탈세계화(deglobalization)=한은은 이번 위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부감되에 따라 각국이 자국우선주의 입장에서 보호무역주의, 역내교역, 인적교류 제한을 강화함에 다라 탈세계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감염병으로 큰 경제저 타격을 입은 국가를 중심으로 자국의 산업·일자리 보호 등을 위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3, 디지털경제 가속화=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비대면 접촉을 통한 경제·사회 활동이 늘면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도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됐다.
한은은 각국 정부가 디지털경제 전환기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및 관련 산업에 적극 투자할 것으로 예측했다.
▶4. 저탄소경제 이행 필요성 증대=한은은 이번 위기 상황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시점에 감염병 위기와 유사성이 높은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저탄소경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각국의 정책 대응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회복을 뒷받침해줄 회복형 정책 중 환경친화적 정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5. 글로벌 교역 둔화=한은은 “경제주체들으 위험회피성향 및 자국우선주의 확대로 물적·인적 교류가 위축되면서 글로벌 교역 증가세가 이전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생산기지 리쇼어링(본국회귀)에 따른 기업의 자국중심 공급망 재편, 주요 부품 현지조달 등으로 글로벌 가치사슬 약화 기조가 심화될 경우 중간재 교역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6. ICT서비스업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한은은 글로벌 교역 환경 변화와 비대면 확산 등은 제조업의 스마트화를 촉진하고 ICT 서비스, 저탄소·친환경, 바이오헬스 중심의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플랫폼 기업으로, 코로나19 확산 후 이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더욱 확대됐다.
▶7. 직업구조 개편=비대면화, 디지털 전환은 신규 일자리도 창출하지만 일자리 미스매치,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한은은 내다봤다.
한은은 “비대면 산업을 중심으로 고용이 유발되고 원격근무, 플랫폼 노동자, 단시간 근로 등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저학력 일자리 등 취약부문의 고용회복이 지연되면서 소득분배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8. 확장적 재정정책=한은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강화된 정부의 역할이 코로나 이후 시대에도 지속되는 가운데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위한 투자로 각국에선 높은 수준의 재정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로 기존 시스템의 미비점이 노출되고 국가의 안전·생계 보호 역할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사회안전망 강화 움직임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9. 잠재성장률 하락 가속화=코로나19 이후 경제구조 변화 및 요소(노동, 자본 등) 투입 부진으로 잠재성장률의 하락 추세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10. 인플레이션의 상하방 요인 공존=한은은 코로나19에 따른 물가에 대해선 예비적 저축 증대, 온라인거래 확산 등에 따른 하방압력으로 저인플레이션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나 유동성 공급확대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