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공시지원금 줄줄이 인상
출시 한 달 된 LG벨벳도 공시지원금 2배로 올려
판매 부진 여파 탓…소비자들, 코로나19로 가격에 민감해져
제조사도 중저가폰 라인업 확대
[헤럴드경제=박혜림·박지영 기자] “스마트폰이 너무 안 팔려…재고가 무진장 많아요.”
이동통신 3사가 최근 한 달 새 스마트폰 공시지원금을 줄줄이 확대하고 있다. ‘짠물 지원금’을 내놓던 올해 초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스마트폰 재고 소진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구입에 지갑을 닫아버렸다. 스마트폰이 안 팔려도 너무 안 팔린다.
“쌓여가는 재고 어쩌나”…공시지원금으로 재고 소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공시지원금을 올린 스마트폰은 매스프리미엄급 이상만 16종이다. 통상 신제품이 출시되면 구형 스마트폰의 재고 처분을 위해 공시지원금을 확대하거나 출고가를 낮추지만 올해는 유난히 5~6월에 몰려 있다.
6월 들어 갤럭시S10, V50 및 V50S와 같은 구형폰뿐 아니라 출시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은 신형폰의 공시지원금도 잇따라 상향조정했다.
LG유플러스가 갤럭시Z플립의 공시지원금을 기존 17만원에서 45만원으로 28만원 확대한 이후 SK텔레콤과 KT도 기존 공시지원금에 각각 16만5000원, 30만2000원의 공시지원금을 더 보탰다.
최근엔 KT가 출시된 지 한 달을 갓 넘긴 LG벨벳 공시지원금을 24만원에서 48만원으로 2배가량 상향조정했다. LG벨벳의 실구매가도 대폭 하락했다. 최고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추가 지원금 15%까지 더해 30만원대(출고가 89만9000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이통 3사가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신형폰의 공시지원금을 올리는 것은 극심한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쌓였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5G(세대) 통신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지원금 경쟁이 치열했지만, 올 들어선 비용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시장이 얼어붙으며 제조사와 협의 끝에 다시 공시지원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통사 관계자는 “재고가 너무 많이 쌓여, 지원금을 올려 소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갑 닫는 소비자들…“비싸면 안 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전분기 대비 18% 감소했다. 같은 분기 국내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은 작년 동기 대비 16% 낮아진 464달러(55만원)다.
2016년부터 꾸준히 상승, 지난해 551달러(66만원)로 정점을 찍었지만 올해는 2018년 489달러(58만원)보다도 낮아졌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시장 수요 약화가 주 원인으로 꼽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비싼 단말기 가격에 있다. 17만~20만2000원의 ‘짠물 지원금’이 적용됐던 갤럭시S20 시리즈가 지난달 공시지원금을 2배 넘게 올리자 판매량이 수직 상승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올 들어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도 삼성전자의 중저가 제품인 갤럭시A 시리즈였다. 갤럭시A90이 프리미엄 제품군인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판매량을 압도했다.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 상위 5개 기기 중 4개가 갤럭시S9·S10과 노트9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비자들의 ‘저가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중저가폰 제품도 대거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애플의 아이폰SE, 삼성전자의 A31·A51·A퀀텀, LG전자의 Q61 등 30만~60만원대 스마트폰이 줄줄이 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