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tvN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은 처음에는 중년에 접어든 남녀가 첫사랑을 추억하고 그 기억의 설렘을 확인하는 드라마인줄 알았다. 설레는 첫사랑의 추억과 애틋한 재회가 전부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가벼운 멜로물이 아니다. 여기에는 시대적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상처로 점철된 인연이다.
90년대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순수하게 만난 한재현(유지태)과 윤지수(이보영)의 끝없는 비극과 악연은 더 이상 보기 힘들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 그 상처들은 우리 현대사를 그대로 관통하며, 그 아픔과 차가움이 현재의 노동현장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의 대학 시절을 연기하는 박진영(과거 재현 역)과 전소니(과거 지수 역)의 분량도 꽤 많다. 풋풋한 이들의 사랑을 보고 있으면, 대학교 한번 더 다니고 싶은 생각이 난다. 서정적 느낌에 1990년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하지만 풋풋한 이들이 겪어야만 했던 시대적인 압력과 고난이 당시의 아픔까지도 잘 보여줘 중년 시청자들은 마치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보듯 눈물을 훔치며 시청하게 된다.
지수가 백화점 붕괴 사고로 엄마와 동생을 잃는 비극, 여전히 그 트라우마를 지닌 채 살고 있는 그의 삶은 충분히 공감하며 보게되며, 따뜻한 가족의 사랑까지도 함께 담아낸다.
세월이 흘러 완전히 달라진 유지태와 이보영의 처지를 통해 개인적 아픔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아픔을 담아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시대적 아픔과 집안의 악연을 알게 될수록 둘은 섬세한 감정 변화를 겪게되고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왜냐하면 현재도 약자들 편에 서서 노동운동을 도와주며 피아노 레슨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윤지수나, 형성그룹 회장의 사위가 돼 노동운동을 탄압하기도 하며 대학때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던 한재현까지 모두 이해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과거와 현실은 대비됐지만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나아갔던 과거를 오히려 그리워한다.
특히 한재현의 아버지 한인호(남명렬)의 비극적 죽음이 한재현 장인인 문성근(장산)의 기업과 엮여있었다는 걸 알게되면서, 너무나도 가슴아픈 이야기가 됐다. 이들의 멜로는 시대적 아픔에 발을 딛고 일어선다.
그럴수록 빈껍데기 같은 부부관계를 맺고 있는 유지태와 이혼후 혼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보영, 두 사람의 ‘올바른 사랑’ ‘정의로운 사랑’을 응원하며 이들의 행복을 바라게 된다. 중년이 된 이 두 사람은 이제 또 공동의 목표가 생겨 20대 시절에도 그랬던 것처럼 싸우면서 사랑하고 있다. 이들을 보면 ‘지금 사랑하는 자는 모두 청춘’임이 느껴진다. 이런 감성멜로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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