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혐의부인 속 ‘무리한 수사’ 논란
학계 “분식회계 논리·근거 부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검찰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기소의 타당성을 따지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지난 2일 정식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는 검찰이 아닌 외부 법조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검찰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해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로 2018년 도입된 제도로, 검찰의 수사 중립성과 권한 남용의 견제 목적에서 탄생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조만간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등 사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검찰청 시민위가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이 부회장 측이 이례적으로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낸 데는 이 부회장 측의 소명이 검찰 내부에서 온전히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건은 애초부터 지난 정부하에서 여러 번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고 한 사항인데 정권이 바뀐 후 분식회계로 돌변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주장은 회계학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논란이다”라며 “금융감독원도 스스로 내린 판단을 뒤집은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명백한 권력남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 분식회계 주장은 논리나 팩트 모두 근거가 부족하다”라고 전제한 뒤, “2012~2013년은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고, 바이오젠은 겨우 15%의 지분만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종속회사로 처리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하면 그 자체가 분식회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나치게 장기화되는 데 대한 재계의 우려 또한 상당하다. 삼성바이오 회계에서 출발한 수사가 이미 특검에서도 수사를 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수사로 확대되며 수사가 1년6개월이나 진행되자,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경제 위기 속에서 경영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시작 이후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게 되자 수사 기간을 늘리면서 피고인들은 물론 삼성 전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검찰 이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에서 환부가 나올 때까지 파헤치는 ‘해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순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