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해외 경영활동 큰 타격 우려

“경제 활성화” 국민 기대와도 배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경영승계 의혹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경영승계 의혹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오전 검찰에 소환되자 이날 삼성 내부는 물론 재계 전반에 적잖은 당혹함과 긴장감이 가득했다. 재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상 초유의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중갈등이 재점화된 상황에서 최근 위기극복을 위해 종횡무진하던 이 부회장이 전격 소환되자 비상경영 전락과 대외 신인도 타격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재계와 검찰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됐다. 국정 농단 사건 이후 3년여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으며, 공개소환 폐지로 비공개 소환됐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번 소환과 관련해 예상은 했었지만 곤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소환이) 이달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소환되니 내부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그동안 잇단 검찰 수사와 재판 등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재계 전반에서는 이 부회장의 소환 시기를 크게 아쉬워 한다. 최근 이 부회장이 국내외로 활발한 경영활동을 펴오고 있어, 이번 소환으로 위기 극복 행보가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인데 삼성을 마비시킬 정도까지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이는 대다수 국민의 기대와도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이달 들어서 굵직한 대내외 일정을 소화해 왔다. 지난 6일 경영승계 의혹 대국민 사과를 한 후 13일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만나 미래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17일에는 중국으로 날아가 미중 기술냉전 한복판에서 삼성의 유일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인 시안 사업장을 점검했다. 2박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 부회장은 다시 21일 평택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용 EUV(극자외선) 라인 신설을 밝히며 10조원 규모의 미래 투자 결단을 내렸다.

특히 파운드리 투자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자급’을 외치며 화웨이 등 IT기업을 볼모로 중국과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 투자를 결정하며 균형감 있는 행보로 해석됐다. 이 부회장은 평택 파운드리 투자와 관련해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대외적인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 잇따르는 검찰 수사와 재판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총수를 구심점으로 돌아가던 비상경영체제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경영학)는 “현재 삼성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가져야 하는 중요한 시간인 만큼 그룹 총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부회장 소환이 기업에 무슨 영향을 주는 것이냐고 과소평가하지만 그런 주장은 경영학 이론을 부정하는 일”이라면서 “기업에 있어서 리더의 영향력은 기업 경영 성과 중에 30%이상 을 차지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일상적이 관리야 전문경영인이 하지만 오늘날 삼성은 이병철 반도체 투자, 이건희 회장 신경영에 의한 대대적인 혁신과 바이오산업 과감한 투자의 결과”라며 “위기때 산업계의 판도가 바뀌는데 이때 과감한 투자와 구조조정을 해야 큰 기회를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천예선·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