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안심은 금물” 경고

“짧은 접촉에 확산 피한 것일뿐”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9)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엄습했던 불안감이, 최근 ‘다소 안심’으로 바뀌었다. 지난주만 해도 다니던 헬스클럽 건물 1층 미용실이 직원의 ‘이태원 클럽’ 방문으로 폐쇄되고 가까이 사는 친구가 거주 건물 확진자에 의해 검사 대상으로 분류되는 등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지만 이들이 속속 ‘음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주말 들어 정부 발표 확진자도 눈에 띄게 줄면서 ‘1차 확진자와 접촉하지 않았다면 코로나의 전파력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19가 우려처럼 폭발적인 전염력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이는 확진자와 ‘짧은 접촉’과 당국과 시민들의 방역이 어우러진 결과일 뿐 이른바 ‘고차 감염’ 전파력이 약하다는 증거는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감염 사례가 관찰되지 않아 감시를 중단한 코로나19 재양성자와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4차 이상 전파자가 드물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코로나19의 전파력은 분명히 다르다”며 “‘n차 감염’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것은 확진자와 동선이 짧은 시간 동안만 겹친 결과로 봐야 한다. 향후 등교 등 어쩔 수 없이 같은 공간에 오랜 시간 확진자와 머물 경우 환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어 지속적인 방역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역시 “이태원 클럽발 n차 감염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것은 ‘신천지 사례’처럼 동일 집단이 반복적으로 밀접하게 모이지 않았기 때문일뿐”이라며 “코로나19의 고차 전염력이 약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n차 감염 사례를 보면 확진자와 ‘밀접 접촉 여부’가 전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 학원 강사의 제자 대부분은 감염을 피했지만, 그와 좁은 공간에 동승한 60대 택시기사와 그의 가족인 아내, 4세 손자는 줄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무증상 시 전파력이 더 강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아일랜드 연구진이 중국, 이탈리아 등 감염 사례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기 사흘 전부터 타인에 대한 전염성이 먼저 나타나기 시작했다. 본인이 감염된 줄 모른 채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키는 이른바 ‘조용한 감염’은 전체의 56%에 달했다.

이를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들에게 대입해 보면 발병일이 가장 빠른 사례는 지난 2일로, 오는 9일까지는 1차 전파(통상 5~7일 사이 전파가 가장 많음), 16일까지는 1차 전파자를 통한 2차 전파, 23일까지는 3차 전파가 활발히 이뤄지는 시기로 여전히 주의가 요망된다.

정 교수는 “클럽 집단 감염은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20∼30대, 젊은 층뿐 아니라 나이가 많은 취약한 연령층에도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