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엔지니어도 꺼리는 중국行 자처

글로벌 경영인 중 첫 中방문 선제대응

코로나·각종 수사 등 대내외 위기 속 절박함 반영

배터리 이어 반도체 핵심사업·위기관리 직접 챙겨

이재용(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 18일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 18일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 천예선 기자]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된다.”

18일 오전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종 일관 강도 높은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대공황 이후 100년만의 최대 위기’라는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삼성그룹의 총수로서 미래의 생존을 책임져야 한다는 절박함이 이달 초 대국민 사과 이후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중국 시안 공장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고 코로나19에 따른 경영현황과 대응책을 점검했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와 코로나19 장기화, 잇단 수사 및 재판 등 대내외 악재 속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내부 분위기를 추스리고 ‘새로운 삼성’을 향한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의 이번 해외 출장은 지난 1월 설 연휴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방문 이후 4개월 만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멈췄던 해외 경영행보에 본격 시동을 건 것이다. 특히 지난 13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국내 천안사업장에서 만나 미래차 배터리 동맹을 강화한 데 이어 핵심 사업인 반도체를 직접 챙기며 코로나19 위기 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과거에 발목잡히면 미래는 없다”=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한·중 기업인 ‘신속통로’를 통해 중국으로 출국했다. ‘신속통로’는 지난 13일 한국과 중국 정부가 체결한 기업인 입국 간소화 절차다. 이를 통하면 사전 건강검진 등을 통해 중국 입국 후 14일간 의무격리를 피할 수 있다. 이 부회장 역시 중국 출국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중국 시안 반도체 증설 현장을 둘러보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위기 이후 첫 글로벌 경영 행선지로 택한 시안은 삼성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가 있는 곳이다.

지난 3월 시안 2라인이 본격 양산에 들어갔고 현재 2차로 80억달러(약 9조8000억원) 투자해 증설 중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 1라인 건설에 이은 2라인 증설로 3차원(3D) V낸드플래시 수요에 적기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에는 2공장 증설에 필요한 기술진 200여명을 전세기로 파견하기도 했다.

이번 이 부회장의 시안 방문은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등극의 ‘반도체 2030 비전’ 선포 1년을 맞아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날 이 부회장은 현지 경영진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4개월 만의 해외출장…‘새로운 삼성’ 가속=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숨가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지난 6일 경영승계 의혹 관련 ‘대국민 사과’를 했고, 이후 일주일 만인 13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과 만나 미래차 배터리 협력을 모색했다. 이어 4일 만인 17일 중국 출장길에 오르면서 현장경영 행보를 글로벌 무대로 확장했다.

특히 이번 이 부회장의 중국 출장은 지난 6일 대국민 사과에서 과거의 잘못과 단절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후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당시 사과 발표에서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이 부회장의 중국 출장을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적극 대응하면서도 미래 도전에 대한 고삐를 강화하려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대내외 엄중한 현실 속에 미래 비전 구체화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지금의 1년 변화는 평시의 10년 변화에 필적한 정도”라며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정상적인 경영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이 부회장의 중국 출장은 삼성이 처한 절박함과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과거와 단절하고 생존과 도전에 올인하려는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