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최초 단독 회동

‘꿈의 배터리’ 전고체전지 방향성 논의

‘한국판 뉴딜’ 전기차 개발 급가속

삼성·현대, 창업 3세대 ‘윈윈’ 기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전격 회동한 것은 ‘한국판 뉴딜’의 대표사업으로 꼽히는 전기차 산업의 배터리 부문에서 국내 재계 1, 2위가 뭉쳐 글로벌 주도권을 강화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국의 간판기업인 삼성과 현대차 총수가 사업을 목적으로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후 실질적인 경영성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배터리는 ‘제2 반도체’로 불릴 만큼 성장성이 큰 차세대 먹거리로 꼽힌다. 2025년 세계 시장 규모가 1600억달러(196조원)로,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양 그룹 핵심 경영진과 함께 삼성SDI 배터리 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현황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현대기아차가 기존 거래선인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과 별도로 삼성SDI를 선정할 지 주목하고 있다.

▶이재용-정의선 첫 단독회동…창업 3세 윈윈 기대=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모두 창업 3세로 국내 전자와 자동차업계를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사업관련으로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대국민 사과’ 이후 일주일 만에 현장경영을 재개하며 ‘뉴 삼성’을 향한 스피드 경영을 본격화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8년 ‘180조원 투자·4만명 채용’을 발표하면서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을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낙점한 바 있다.

이번에 방문한 삼성SDI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 이후 첫 행선지로 삼성SDI를 택한 것을 두고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과감한 도전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SDI 천안사업장은 소형배터리와 전기차 배터리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하는 핵심기지다.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 매출은 2015년 3조3000억원에서 작년 7조7000억원으로 배 이상 성장했다.

시장 점유율도 세계 4위로 두계단 올라섰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 1분기에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6.0%로 전년 1분기(3.8%) 대비 배 가량 증가했다.

이날 두 수장이 논의한 전고체전지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배터리다. 기존 리튬이온전지와 비교해 대용량을 구현하고 안전성을 높여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삼성이 최근 전고체 배터리 혁신 기술을 발표해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배터리 외에도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전장용 시스템반도체와 삼성이 2016년 9조원을 들여 인수한 하만의 차량용 오디오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아우디에 2021년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을 위한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V9’를 공급하고 있다. 또 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용 ‘A시리즈’, 텔레매틱스 시스템용 ‘T시리즈’ 등 특화된 차량용 프로세서를 지속적으로 출시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양 그룹이 미래성장동력인 전기차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회동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향후 자율주행차량에서의 협업관계로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전기차 글로벌 선두대열…차세대 배터리 전략 공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미래 리더십 확보 등을 위해 다양한 신기술 분야 현장을 방문해 국내외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의 삼성SDI 천안공장을 방문한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읽힌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의 이번 방문은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기술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신기술 현황 등을 공유하기 위한 취지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기아차의 전동화 전략은 한층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선두 대열에 올라섰다.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총 2만4116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3만9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이에 힘입어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더 선보일 예정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내년 초 양산하는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 1차 공급사로 작년 말 SK이노베이션을 선정했다. 5년간 약 50만대 분량으로 10조원 규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LG화학과 SK케미컬과도 최고의 제품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소통과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며 “현대기아차는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업하고 있으며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정환·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