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플레이 속도는 세계 골프계가 공동으로 인식하는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2019년에 골프룰이 큰 폭으로 개정되었을 때 가장 큰 목적도 플레이 속도를 빠르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면 얼마나 빨리 치는 것이 적절한 속도인가? 골프장사업은 잘 정리 된 코스를 준비한 후 그곳에서 플레이 하는 시간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골프장의 입장에서는 플레이 속도가 빨라야 한 팀이라도 더 받아서 수입을 늘릴 수 있고, 골퍼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긴 시간을 받아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예외는 있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9홀에 2시간이고 한 라운드를 4시간에 끝내도록 정하고 있다. 4시간이 합리적이고 공정한가? 골퍼들이 그린피를 내고 입장하면서 골프장이 정한 4시간 이내에 플레이 하겠다고 묵시적인 합의를 한 것이라면, 골퍼의 의무와 권리는 무엇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프로보다 훨씬 빨라야 하는 아마추어 골퍼프로 대회의 라운드 시간을 보면 3명이 플레이 할 때 4시간 30분 정도를 목표로 잡는데 마지막 조가 들어오는 시간을 보면 목표보다 20-30분 정도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회에 출전한 프로선수들이 평균 이븐파 72타를 친다고 가정하면 한 조에서 216타를 치고 들어오는 시간이다. 그들은 상금 때문에 더 신중하고, 완벽하게 골프룰을 지킨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일반 골퍼에 대한 차별은 지나치다.일반 골퍼 4명이 플레이 할 때 평균 90타씩을 친다면 총 360타를 쳐야 하는데 4시간에 끝내도록 요구 받고 있다. 최고 기량의 프로 3명이 개인 캐디를 고용한 후, 11분 간격으로 출발해서 216타를 4시간 30분에 끝내기 어려운데, 아마추어 골퍼들이 7분 간격으로 출발해서 360타를 4시간에 끝내라고 누가 정했단 말인가? 단순 계산으로 프로 선수는 75초에 한 타를 치고 기량이 떨어지는 일반 골퍼는 40초에 한 타를 쳐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골퍼들은 골프룰을 지키면서 플레이 할 수 없고, 잃어버린 볼을 찾을 시간이 없고, 벙커의 발자국을 정리하지 못하고 뛰어야 하며, 그린에서 짧은 퍼트를 쳐보지도 못하고 다음 홀로 이동해야 한다.
4시간의 의무와 골퍼의 권리4시간은 골프장 측에서 정한 시간이지만 골퍼들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묵시적으로 합의한 시간이다. 따라서 골퍼들은 그 시간을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 현재는 티타임을 사고 팔 때 골프장이 힘을 가지는 셀러스 마켓이므로 골프장의 판매 조건을 거부할 수도 없다. 그러나 골퍼들이 그 거래가 불공정한 거래라는 것을 인식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한 라운드를 4시간 이내에 끝내는 목표는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4시간에 끝낼 수 있는 환경을 골프장이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플레이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티타임 간격인데, 골프장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7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7분 간격의 출발을 실행하는 골프장은 드물다. 목표는 같은 4시간이지만 환경이 전혀 다른 것이다. 7분 간격으로 출발하여 코스가 꽉 찼을 때 골프룰을 지키면서 플레이 한다면 4시간을 지켜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7분 간격이라면 파 3 홀에서 필연적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명문 골프장이 아니더라도 8분, 9분, 10분 간격의 출발이 대부분이고 라운드 시간을 4시간 20분으로 셋팅 한다. 4시간 이내에 끝낼 의무가 있다면, 밀리지 않고 4시간 이내에 끝낼 수 있는 코스 여건을 제공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플레이가 계속 지연되면서 6시간이 걸렸다면 골퍼가 초과된 2시간에 대한 보상을 골프장 측에 요구할 수 있어야 공정하다. 쫓기면서 9홀을 겨우 2시간에 끝내고 들어 왔더니 스타트 하우스에서 30분을 기다려야 한다면 역시 불공정하다.골퍼들이 라운드당 최소 시간과 최소 티타임 간격을 스포츠 관련 법으로 정하자고 요구할 수도 있다. 계속 침묵을 지킨다면 머지 않아 9홀을 1시간 50분에 끝내달라고 요구하는 골프장들이 나타나고, 티타임 간격을 6분으로 조정하려는 골프장도 늘어나게 된다. 골프장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무한한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결국 소비자가 자기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골퍼들의 라운드 여건은 점점 더 악화될 것이다.박노승: 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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