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13일부터 지하철 혼잡도 150% 이상 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하지만 시민들 “혼잡도에 관계없이 마스크 쓰도록 하게 해야” 지적
[헤럴드경제=박병국·신주희 기자] “혼잡도와 관계없이 마스크 안 쓴 승객은 탑승을 자제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지하철 2호선 사당역 플랫폼에서 만난 김모(28) 씨는 “지하철은 밀폐되고 붐비는 공간이니 ‘이태원 클럽’과 다르지 않다. 어쩔 수 없지만 적절한 조치”라며 이같이 말했다. 같은 역 역사(驛舍)에서 만난 신모(53) 씨도 지하철은 항상 거의 사람이 많은데 이왕 할 거면 철저히 해야 한다. 혼잡도에 상관없이 마스크 쓰고 다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부터 ‘지하철 혼잡도’가 150% 이상일 경우 마스크 미착용 승객의 탑승을 제한하고 있다. 이태원 클럽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잠잠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자의적 기준으로 설정한 혼잡도와 코로나19 전염의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혼잡도와 관계 없이 지하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마스크 의무 착용에 혼잡도 개념을 도입한 것은 최근 논란이 일어 결국 재고된 대구시의 마스크 의무화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혼잡도는 지하철 승차 정원 대비 탑승객 수를 나타낸 예측치다. 통상 전날에 나온 탑승객을 토대로 계산된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한 칸에 160명이 탔을 때를 혼잡도 100%로 보고 있다. 150%는 지하철 한 칸에 240명이 탔을 때다.
이날 기자가 찾은 2호선 사당역의 오전 8~9시 사이 혼잡도는 143.4%였다. 혼잡도를 기준으로 할 경우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서울교통공사 측은 그들에 대한 승차 거부를 할 수 없다. 지하철 한 칸의 길이는 20m 수준으로, 당시 가로 3m, 세로 20m 공간 안에 220명 정도가 머무른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서울시가 이날부터 진행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는 행정명령이 아니다. 위반 시 과태료나 벌금이 내려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서울시가 ‘계도 수준’에 그칠 수 있는 공공 지하철역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시행한 이유는 대구시의 행정명령 예고 후 불거진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5일 브리핑을 통해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다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과 공공시설을 이용할 경우 마스크 쓰기 의무화를 행정명령으로 발동한다”며 “일주일간의 홍보·계도 기간을 거쳐 고3 등교 수업이 시작되는 오는 13일(당시)부터 강력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위반 시 벌금 300만원을 부과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후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계도(홍보) 기간을 2주 연장하기로 했다. 사실상 처벌 규정을 유보한 것이다.
이와 함께 마스크 미착용을 강제할 규정이 없는 것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계도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는 한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교통공사가 마스크 미착용 승객 탑승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근거는 자체 운송약관과 철도안전법이다. 하지만 이는 감염병 관련 규정이 아니다.
서울교통공사 운송약관에는 ‘공사는 승객이 타인에 불쾌한 행위를 줄 경우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철도안전법 제49조도 ‘열차 또는 철도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 법에 따라 철도의 안전·보호와 질서 유지를 위해 행하는 철도 종사자의 직무상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마스크 미착용이 아니라 역무원의 마스크 착용 권고에도 불응하고 소란을 피워야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현행 운송약관에는 감염병 관련 규정이 없어, 이를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다음달쯤이면 약관이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