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목현상·업무급증·경영목표 차질 등 문제 그대로

접수창구 오히려 줄여가며 2차 신청 접수만 준비

“컨트롤타워 안되고, 기관에 책임 떠넘기기” 비판

지난 3월 한 소상공인이 시중은행 창구에서 금융지원 서비스를 신청하고 있다.
지난 3월 한 소상공인이 시중은행 창구에서 금융지원 서비스를 신청하고 있다.

오는 18일 재개될 소상공인에 대한 코로나19 피해 지원 2차 접수를 앞두고 정부가 1차 신청 때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자금 공급 실적 쌓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실무 과정에서의 문제는 ‘나 몰라라’ 하면서 집행기관들의 책임 떠넘기기 ‘핑퐁게임’을 수수방관한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에 대한 코로나19 피해 지원 접수는 오는 18일 6개 시중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IBK기업·NH농협)과 지방은행 창구에서 재개된다. 2차 지원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비율을 95%로 정해, 신보 보증을 바탕으로 은행 대출이 실행된다. 대출 이자는 1차 1.5%보다는 높은 3~4% 선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2차 지원 접수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금융권에서는 1차 신청 시 발생했던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없이 2차 신청을 진행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병목 현상’에 대한 지적에도 대비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지원은 1차 신청 당시 극심한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예상보다 많은 신청자가 몰려 상담전화는 수일간 불통이 지속됐다. 접수창구마다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사업주의 신용도에 따라 1~3등급은 시중은행에서, 1~6등급은 기업은행에서, 7등급 이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신청하게 구분했다. 사업주의 생년에 따라 신청 홀짝제도 시행했고, 소진공에서는 모든 과정을 전담하는 1000만원 한도의 직접 대출도 늘렸다.

그러나 2차 신청에서는 시중은행 6곳으로 접수창구가 대폭 축소했다 12일에야 지방은행도 포함하기로 했다. 금융노조는 앞서 접수창구가 1차보다 줄어들면 병목 현상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며 전 은행으로 창구 확대를 제안했다. 금융위원회는 지적이 나온 지 2주 후인 12일에 “참여를 원하는 전체 지방은행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지방은행들은 당장 영업일 기준으로 사흘 만에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 2차 접수 채비를 마쳐야 할 상황이다.

한 은행 직원은 “접수를 시작하는 18일은 은행에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받는 날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은행에서 준비를 많이 해야 할 텐데, 애초에 왜 은행 6곳으로 대출창구를 제한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평가 완화 여부를 두고 신용보증기금의 내부 갈등도 미봉책으로 남아 있다. 기업은행에서 취급하는 코로나 대출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바탕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현 시국에서 신보의 업무량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신보는 병목 현상을 줄이고 신속한 지원을 하기 위해 사업주의 대출 이자 연체나 세금 체납 등 필수 체크리스트만 확인한 후 대부분 보증서를 발급해주고 있다.

향후 부실비율이 높아지거나 건전성 지표가 낮아질 수도 있는 상황. 기관의 건전성만 고집하기 어려운 비상시국이다 보니 신보 노조에서는 기관과 직원에 대한 평가 기준을 코로나 상황에 맞춰 완화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보는 코로나 지원에 주력하는 금융기관(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중 유일하게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돼 기재부에서 평가를 담당한다. 기재부는 소관기관 중 신보에 대해서만 평가 기준 완화를 약속하기는 어려우니, 신보 내부에서 현 시국을 감안해 평가를 진행하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준정부기관의 경영평가편람에 ‘재해·재난 상황에 대한 업무에는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대원칙이 있으니 해당 기관에서 이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신보 내부에서는 현장과 동떨어진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보 관계자는 “평가위원들은 주로 대학교수 등 제3자로 구성돼 있는데, 올해 성과를 평가하는 시기인 내년 이맘때에는 코로나 시국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명확한 지침을 줘야 평가위원들이 이를 바탕으로 판단을 하지 않겠느냐”고 항변했다.

신보 내부에서는 다른 사유도 아닌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불가피한 변화인데 정부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실망감이 크다는 전언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민간 금융지주사 대표, 정책 금융기관 대표들과 진행한 긴급금융지원 현장 간담회에서 신속한 현장 지원으로 인해 발생한 사안에 대해 금융권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도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