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조 전 장관은 첫 공판에 나선 지난 8일 취재진을 향해 “검찰의 공소사실만 일방적으로 받아쓰지 말고 법정에서 나오는 변호인 반대신문도 충실히 반영해달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재판을 지켜보는 기자들이 검찰 편에 서서 불리한 부분만 편향적으로 보도한다고 인식한 모양이다. 하지만 기자들 입장에서는 조 전 장관이나 배우자 정경심 교수, 혹은 그의 친동생이 어떤 재판결과를 받건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은 “유재수의 혐의가 많이 드러났다. 더 이상 사실대로 인정하지 않고 감추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검사가 아닌, 변호인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감찰 시작 두 달 만에 구명전화가 들어오고, 실세를 건드린 게 아닌가 두려움이 들었다”거나, 특감반원에게 감찰을 중단하라는 조 전 장관의 의견을 전달하면서 “이 XX 진짜 감찰해야 하는데”라고 말했던 사실도 인정하는 등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다. 변호사인 이인걸 전 특감반장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동료였고, 정경심 교수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금융위원회 재직하던 지위를 빌미로 금융업체 대표 등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사실관계를 반박하지 못하고 결심공판에서 “저 자신에 대해 한없이 실망스럽다”는 말을 남겼다. 유 전 부시장이 뇌물을 받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는 이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 여권 유력 인사들이 ‘유재수는 우리편’이라는 말을 꺼내며 구명 활동을 벌인 것도, 특감반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비위사실을 캐는 활동을 중단한 것도 모두 ‘사실’이다. 단지 이 행위가 형법상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법리판단만 남아있을 뿐이다.

따지고 보면 조 전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 재판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5촌조카는 사모펀드 운용사를 통해 기업사냥을 했고, 72억원대 회삿돈을 빼먹었다. 정경심 교수는 여기에 돈을 댔고, 대가도 챙겼다. 재판에서 확인하고 있는 쟁점은 사실이 아닌 평가 문제다. 정 교수 금전거래가 횡령인지, 단순 채권·채무관계인지를 따지는 내용이다.

조 전 장관 친동생도 마찬가지다. 웅동학원 공사를 빌미로 100억원이 넘는 채권을 보유했지만,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공사가 이뤄진 시기는 1996년, 하도급 계약서가 작성된 시기는 2006년이었다. 가짜 계약서로 채권을 만들었다는 소리다. 조 전 장관의 친동생이 이 사실을 반박하려면 ‘실제 공사를 했고, 계약서 작성도 1996년에 했다’고 주장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법원이 배임 혐의를 인정할지는 법리판단의 문제다. 하지만 ‘사실관계’는 이미 나왔다.

그렇다면 조 전 장관은 피고인으로서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과는 별개로, 드러난 사실관계에 따른 도의적·정치적 책임은 수긍하고 사과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마땅하다. 취재진을 향해 ‘검찰 받아쓰기를 한다’고 원망하거나, 자신이 부당한 공격을 받고 있다고 떠넘길 게 아니다. 그는 전직 고위공직자, 그것도 공직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민정수석비서관과 정의를 말하는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