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아닌 사실 유포해도 처벌하는 입법례 드물어
본인 고소 아닌 제3자 고발로 수사 '반의사불벌죄' 도 문제 지적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가짜뉴스 처벌하는 규정을 새로 만들자는 논의가 지속되고 있지만, 반대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법률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실을 언급해도 처벌될 수 있는 명예훼손죄가 대표적이다.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등 11명은 형법 310조를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입법안을 발의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가 아닌, 사실을 기재한 경우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는 조항이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가 끝나면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상 명예훼손죄는 타인의 명예를 공공연하게 실추시키는 경우 사실인 경우에도 성립하고, 다만 퍼트린 내용이 허위일 경우 가중처벌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금 의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진실한 사실을 널리 알리거나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허위사실은 물론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형사처벌하고 있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고소·고발 남발 등 명예훼손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금 의원은 “특히 정부의 정책, 정치인 활동, 공직비리에 대한 비판·의견제시, 정치적 풍자나 비평, 패러디 및 기사, 논평, 사설 등의 표현을 제한하는 등 현행법을 악용해 다양한 비판과 여론형성을 방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위사실이 아닌 사실을 표현한 경우도 처벌하는 입법례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고 금전배상을 원칙으로 돌리는 나라가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뉴욕과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텍사스에서 명예훼손죄 처벌조항이 폐기됐고 UN인권위원회에서도 명예훼손죄 폐지를 촉구한 적이 있다.
명예훼손 사건을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수사해달라고 고발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와 무관한 사람도 고발이 가능하고, 다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로 규정돼 있다. 정작 피해자가 불만을 제기하지 않아도 제3자의 고발로 타인 명예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수 있는 셈이다. 2014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가토 다쓰야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가 기소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가토 지국장을 고소한 주체는 청와대와 무관한 보수단체들이었다. 가토 지국장은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국·내외에서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