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공급 ‘충분’ 평가
금리·조건 등에 불만족
무제한 RP 응찰도 급감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특별대출제도가 4일 공식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출조건이 까다롭고 증권사들의 유동성도 비교적 완화돼 제도 운영 시한인 오는 8월 초까지 실수요가 없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사들의 사정이 이젠 그리 다급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이날부터 10조원 규모의 금융안정특별대출제 신청을 받는다. 대상 기관엔 은행 뿐 아니라 증권사와 보험사도 포함된다.
이 제도는 대출 신청 금융기관이 적격 회사채를 담보로 맡기면 한은은 담보물의 인정가액 범위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대기성 여신제도(standing lending facility)’로 대출 기간은 최장 6개월이다. 한은이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담보로 회사채를 받아주는 것 또한 최초다.
그럼에도 실제 대출을 이용하려는 증권사 사이에선 조건이 좋지 않다는 불평이 나온다.
우선 맡길 담보물 기준이 높다는 불만이다. 한은은 담보 회사채를 신용등급 AA- 이상의 우량물로 정했는데, 당장 맡길 회사채가 충분치 않다. 또 이미 증권금융도 증권사 대상으로 AA- 이상 회사채 담보 대출을 시행하고 있어 차별성이 크지 않다.
대출 금리도 논란이다. 통화안정증권 182일물 금리에 0.85%포인트를 가산한 레벨로 정했는데,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연 1.56% 수준이다. 현재 한은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으로 시행 중인 전액공급방식의 유동성 지원제도 금리는 기준금리(연 0.75%)에 0.1%포인트를 더한 0.85%가 상한으로 정해져 있다.
대출 신청시 한은으로부터 받게 되는 경영조사도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 한은법(80조)에 따르면 한은이 비은행 금융기관 등 영리기업에 대해 여신을 제공할 경우 필요시 이들 회사의 업무와 재산 상황을 조사·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한은으로선 특혜 시비를 막고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다. 한은은 특별대출 제도 신청 금융기관에 대해 펼칠 경영조사 준비를 마친 상태다.
여기에 이런 제약 속에서도 한은에 특별 대출을 받았다는 소식이 퍼질 경우 기관 신용에 타격을 줄 수 있어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단 분석이다.
무엇보다 한은의 무제한 RP 매입 응찰 규모가 급감, 시중 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돼 있단 평가도 나온다. 한은이 첫 무제한 RP 매입을 시작한 지난달 2일만 해도 응찰액이 5조원을 훌쩍 넘었다. 그러나 4월 넷째주 들어 응찰 규모가 크게 감소하더니 지난달 28일 현재 1800억원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한은은 이번 특별대출 제도가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이 크게 어려워질 가능성에 대비한 ‘안정장치(safety net)’ 성격이 크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은이 제도 이용자 입장에서의 고민이 부족했던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