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뉴스24팀] 불길 속에서 이웃들을 구하다가 불법체류자 신분이 알려진 카자흐스탄 출신 알리(28)씨가 화상 치료를 마칠 때까지 국내에 머무르게 됐다. 향후 알리씨가 의상자로 인정되면 영주권을 받을 수도 있다.
법무부는 24일 알리씨의 불법체류 신분을 화상치료를 위한 기타(G-1)자격으로 변경해 6개월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전날 서울의 한 화상 전문 병원에 입원 중이던 알리씨를 찾아가 체류 자격 변경 신청 절차를 안내한 뒤 신청서를 접수했다. 알리씨는 병원에 입원하면서 불법체류 사실을 법무부에 자진신고해, 다음 달 1일 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었다.
이에 양양군은 알리씨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의상자 신청을 낼 계획이다. 의상자는 직무 외 행위로 위험에 처한 사람의 생명·신체를 구하기 위해 구조행위를 하다가 다친 사람을 말한다. 의상자로 인정된다면 향후 영주권을 받을 가능성도 열린다.
불법체류자가 의상자로 지정돼 영주권을 발급받은 사례는 2017년 2월 경북의 한 주택 화재에서 당시 집 안에 있던 할머니를 구해 의상자로 지정된 스리랑카 국적의 니말씨가 유일하다.
이날 알리(28)씨의 이웃, 장선옥 양양 손양초등학교 교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알리가 많은 사랑과 관심에 너무 감사하다고 늘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며 "영주권(검토)은 상상도 못했다. 알리가 이 소식을 들으면 (좋아서) 기절할 것 같다"고 전했다.
장 교감은 "3도 화상부분을 빼면 화상치료 부위는 조금 나아졌지만, 그 사고 이후로 잠을 못 자고 있다"며 "잠에 들면 그 불에 자기가 타는 모습이 계속 생각이 나고, 또 하나는 그 화재 현장에서 마지막으로 구하려고 들어갔던 분이 후송 중에 돌아가셨는데 자기가 조금 더 일찍 들어갔으면 살릴 수 있었다는 죄책감으로 매우 괴로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
알리씨는 심료치료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진행자가 "어젯밤에 좋은소식이 들려왔다. 법무부에서 비자를 발급하는 문제와 동시에 영주권 부여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검토만으로 얼마나 긍정적인 메시지냐"고 전하자 감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 교감은 "진짜요? 진짜… 그것까지 나올 줄 몰랐다"며"영주권은 상상도 못했다. 알리가 이 소식을 들으면 (좋아서) 기절할 것 같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알리씨가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장 교감은 "코로나 때문에 너무 어려운 현실에서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고 늘 보면 고개 숙여서 인사를 한다"고 전했다.
장 교감은 지금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것 같다는 말에 "너무 기쁘고… 알리가 여기에서 그래도 좋은 일을 했는데 혹시 살 수 있게 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으니까 너무너무 감사해서 기쁘고 눈물이 나온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고 당시 상황도 다시 전했다.
장 교감은 "불은 솟구치고 어느 누구 엄두를 못 냈는데 그렇게 뛰어들어갔다"며 "상처를 봤는데 너무 끔찍했다. 신분은 노출이 됐고 돈은 없고 이러니까 응급실에서 응급치료만 받고 그냥 나왔더라. 그래서 너무 딱해서 제가, ‘네가 나를 믿을 수 있느냐. 그러면 내가 너와 같이 서울에 있는 병원을 가겠다.’ 그렇게 이제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알리 씨는 시민을 도왔고 또 선생님은 알리 씨를 도왔고. 이것들이 만들어 낸 감동"이라는 말에 "제가 너무 감사하다. 알리의 체류 연장을 하면서 신원보증인이 됐고, 끝까지 알리를 잘 보살펴서 국민들이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하도록 애쓰겠다"고 밝혔다.
알리씨는 지난달 23일 밤 자신이 사는 원룸 주택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를 목격했다. 그는 곧바로 건물로 뛰어 올라가 "불이야"를 외치며 2층 원룸 방문을 수차례 두드렸다. 건물 관리인과 방문을 열려고도 시도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러자 알리씨는 건물 외벽에 설치된 가스 배관과 TV 유선 줄을 잡고 2층 방 창문으로 올라간 후 방 내부로 들어가 구조를 시도했다. 알리씨의 도움으로 건물 안에 있던 주민 10여 명이 대피했지만, 그는 구조 과정에서 중증 화상을 입었다.
알리씨는 지난 2017년 관광비자로 입국한 이후 공사장 등에서 번 돈으로 고국에 있는 부모님과 아내, 두 아이를 부양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씨의 사연이 알려진 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화마속 10명구한 불법체류자 추방이 아닌 영주권 이라도 줘야 하지 않나요!!' 등 알리씨가 한국에 더 머물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들이 올라왔다. 아울러 LG복지재단은 알리씨에게 ‘엘지의인상’을 수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