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음란물 누리집 ‘소라넷’은 가학적 성행위를 즐기는 성인남녀가 이야기 나누는 놀이공간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피해자 동의 없이 협박과 폭행을 동반한 성범죄를 알선하거나 불법 영상을 유포하는 범죄소굴로 전락했다. 전자와 후자의 성격은 명확하게 다르다. 회유로 이뤄진 미성년의 성매매나 성관계는 미성년 간 연애 과정에서 이뤄진 성관계와 성격이 다르다.
법과 그 이행은 그 사회의 인식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그런 측면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대상 아동·청소년’ 개념은 미성년자는 성보호 대상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수사·판결 과정에서는 성인 음란물과 아동 성 착취물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다. 2014~2018년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제도를 거친 성매수자는 2만4622명으로 집계됐다. 재범자에게도 이 존스쿨(성매매 재범방지교육)제도가 적용돼 감경 사유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성가족부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위탁 수행한 ‘2018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분석’에 따르면 2018년 징역형이 확정된 미성년자 대상 성매수 범죄의 최종심 평균 형량은 1년5개월에 불과했다.
아청법은 성매수자의 협박이 있었다고 해도, 채팅앱이나 현장에서 ‘조건만남’이 성사됐으면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가담했다고 간주해버린다. 성매매에 연루된 청소년은 범죄 가담자인 ‘대상 청소년’으로 분류된다. 아직 합리적·복합적 판단력이 떨어진다며 선거 연령을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면 안 된다는 어른들은 유독 성 문제에서만큼은 만 13세 이상의 청소년도 ‘주체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성매매를 죄악시하는 사회치고 필요악으로 여기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2000년대 초 여학생들에 인기를 끈 일본의 ‘프린세스 메이커’ 게임은 사실 성인남성을 겨냥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오면서 아동용 게임으로 보급됐다. 게임에는 ‘딸’이 만 16세가 되면 성접대를 할 수 있는 기능이 담겨 있었다. ‘업보’가 올랐지만 당장 벌 수 있는 돈의 단위는 컸다. 그렇게 ‘궁박해지면 성을 팔아도 된다’는 인식을 청소년들에게 주입했다.
아청법상 ‘대상 아동·청소년’ 개념 삭제운동은 아동·청소년을 성보호 대상으로 재정립하자는 법정신을 담고 있다. 아동 성범죄 및 디지털 성범죄의 구형·처벌 기준 강화와 미성년자의 의제강간 연령 상향 움직임은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이다.
지난달 국회 법사위에서 우리나라 법무부·법원 고위 관계자들은 ‘n번방’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 및 딥페이크 성 착취영상 근절을 요청한 국민 동의청원을 ‘단순음란물 소지에 대한 처벌요청’으로 받아들였다. 음란물과 성 착취물을 구분하는 작업을 거치지 않은 채 이뤄지는 법 해석과 이행은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생활을 보장하지 못한다. 이제 우리 어른들이 좀, 달라져야 하지 않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