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 뒤 급성 심근염 겪은 첫 사례 나와
코로나19 완치 뒤에도 심장 기능 완전 회복되지 않아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호흡기질환뿐만 아니라 심장질환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환자가 심장질환까지 겪는다는 사례는 외국에서 몇 차례 보고됐지만 국내에서도 코로나19 감염 후 심장질환을 겪은 환자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됐다.
김인철·한성욱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급성 심근염 증상을 보인 21세 여성 사례를 심장질환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최신호에 공개했다.
심근염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장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자가면역질환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급성으로 생긴 심근염이 심해지면 흉통 및 호흡곤란이 발생하고, 계속 진행하면 심장 비대와 만성 심부전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이 환자는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진됐을 당시 열, 기침, 가래, 설사, 호흡곤란 등 일반적인 증상을 보였는데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전 앓았던 기저질환은 없었다.
하지만 입원 후 시행한 검사에서 심장 이상 여부가 발견됐다. 심전도 검사에서도 심장기능의 이상이 관찰됐다. 이에 의료진은 심근염을 의심하고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추가로 시행했다. 그 결과 심장이 정상보다 비대해지고, 심장 조직에 손상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
환자는 1개월여의 입원 치료 후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받아 퇴원했다. 하지만 지금도 심장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주기적으로 외래 치료를 받고 있다.
주치의인 김인철 교수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의 심장질환 사례가 정식으로 보고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 환자의 경우 입원 후 심장 박출률이 25% 가량 떨어지는 상태에서 의료진이 심근염을 의심하고 CT, MRI 등 추가 검사로 확진해 치료했다. 이런 의심이 없었다면 심근염 치료가 늦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앞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할 때 심근염 발생 여부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중국 우한대학교 중난병원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보 심장학(JAMA Card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당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의 20% 정도에서 심장 이상 증세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사망한 17세 한인 소년을 두고 심장질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방지환 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어떤 이유에서든 심장근육에 염증이 발생하면 광범위한 심근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심근염을 일으킬 수 있는 개연성이 국내에서도 제시됐다는 점에서 향후 환자 치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