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특별대출 관련

‘혈족’ 여동생 배우자가

한국증권 김남구 회장

직접적 관련 기준 애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 대상 특별대출제도를 통과시킨 지난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승범 위원이 의결 전 자진으로 제척(除斥) 심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 위원 여동생의 배우자가 한국투자증권 모기업인 한국금융지주의 김남구 회장이기 때문이다. 심사 결과 제척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고 위원은 의결에 참여했지만, 한은법상 특수관계인의 의결 제한 조항이 모호해 규정의 세부화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이날 임시 금통위를 열고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 이상)를 담보로 증권사 등에 최대 10조원을 대출하는 내용의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 신설을 의결했다. 고 위원도 이 자리에 참석했고 한 표를 행사해 전원 만장일치로 이 안건이 통과됐다.

고 위원은 회의 전 한은 법규제도실에 증권사 대출 제도를 의결하는데 본인이 제척 대상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문의했고, 제도실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고 위원은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에도 의결 참여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사전 점검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법(제23조 위원의 제척)은 ‘자기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이거나 ‘배우자, 4촌 이내의 혈족 또는 2촌 이내의 인척의 관계이 있는 사람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일 경우 금통위원이 심의·의결에서 배제되도록 하고 있다.

이날 통과된 안건이 고 위원 여동생의 남편인 김 회장이 운영하는 금융회사에 대출을 열어주는 내용이었지만, 한은은 고 위원과 직접적인 이해관계엔 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은은 이번 시행 결정된 대출제도가 증권사 뿐 아니라 은행과 보험사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다른 정부기관의 규례 적용 등을 참고해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한은법에 명시된 ‘이해관계’는 무엇이고 어디까지가 ‘직접적’이라고 봐야하는지 모호하단 주장이 나옴에 따라 보다 제척 기준이 보다 구체화돼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초대형 투자은행(IB) 가운데 발행어음 인가를 가장 먼저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증권가에서 우려대상인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규모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최대 취급 업체 가운데 한 곳이다. 타 증권사 대비 대출수요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고 위원은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재직 당시인 2016년 한국금융지주의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특례인정 의사결정에는 참여하지 않았었다.

한편, 고 위원은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연임 금통위원이 됐다. 1950년 6월 금통위 출범 이후 연달아 금통위원을 역임하게 되는 건 고 위원이 최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