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절반 ‘A’이하 배제
대형 비은행사에 유리
“손실 위험 감당 못해”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한국은행이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전례 없는 비상대출을 시행키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AA’ 장벽은 허물지 못했다. 정작 자금조달이 가장 어려운 ‘A’등급 채권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은은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자금조달 악화 대비 차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비은행 금융기관에도 일반기업 발행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특별대출제도를 통과시켰다. ▶관련기사 12면
한은이 일반 증권사나 보험사를 상대로 직접 대출을 허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출 담보로 일반기업 발행 회사채를 받아주는 것 또한 최초다.
하지만 증권 및 보험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우량 회사채 물량은 제한적이다. 또 중소형사들은 대형사들에 비해 고신용 회사채 보유량도 적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17일 현재 A 등급 이하의 비우량 회사채 비중은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은의 이번 결정으로 증권사는 추가적인 자금조달 창구를 확보, 단기자금시장에 집중된 자금조달 수요가 분산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담보물로 지정된 회사채가 우량채에 국한되고, 우량채 내에서도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높은 기업이 늘어나고 있어 등급간 차별화는 지속될 것이란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현재 공개시장운영 확대 차원에서 단순매매 및 RP(환매조건부채권) 대상증권에 기존 국채, 정부보증채, 통화안정증권에 은행채(특수은행채 포함), 공공기관채 등을 추가 편입시켰지만 이들 모두 신용도가 높아 손실 위험이 적은 우량 채권들이다.
한은은 회사채 시장 안정이 시급하지만,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발권력을 남용해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손실 위험을 떠안을 수 없단 원칙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방식인 정부보증 특수목적회사(SPV) 설립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은이 정책의 진입 장벽을 낮추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단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