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디지털성범죄 만연 불구 ‘피해자 안되기’만 가르쳐
학교 전문가들 “성착취 문화 가담하지 않는 법 가르쳐야”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텔레그램 등 메신저 앱을 통해 디지털성범죄를 한 용의자 상당수가 10대 청소년으로 드러나고 있어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교육부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감수성 교육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교육부는 성교육 체계 자체는 손댈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인 이른바 ‘n번방’ 사건이 터지자 지난달 23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교육부가 새로운 성교육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국무조정실(국무총리실) 주관으로 n번방 관련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교육부도 여기에 참여해 여성가족부 등 유관 부처와 함께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성교육 주무 담당자들은 이 TF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교육부에 성교육을 담당하는 과는 ‘학생건강정책과’와 ‘양성평등정책담당관’ 2곳이다.
학생건강정책과는 성교육 체계 전반을 맡고 있고,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성교육중 일부인 성폭력 예방 업무만 맡고 있다.
그런데 범정부 TF에는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직원만 참여하고 있다. 학생건강정책과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생 건강 및 방역 관리 업무에 몰두하고 있다.
n번방 등 최근 디지털성범죄 사건에 용의자 다수가 청소년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성교육 체계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센데도 교육부는 성폭력 예방 교육만 일부 손질하는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나마 성폭력 예방 부분이라도 챙겨야 할 교육부 양성평등정책관은 현재 공석이다. 외부 전문가를 채용하기 위해 공모를 진행 중이며, 4급 서기관이 직무를 대신하고 있다. 양성평등정책관은 일러야 6월 이후 채용 절차가 마무리된다.
전문가들은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모든 성 관련 교육은 2015년 교육부가 개발·보급한 ‘성교육 표준안’을 밑바탕에 두고 있으므로 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성교육 표준안에 관한 지적이 많아서 전문가 정책연구를 세 차례 발주했으나 모두 유찰됐다”며 표준안 개정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성교육 표준안 책임자인 조명연 학생건강정책과장은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성매매와 포르노그래피가 용인되는 남성중심 사회가 어떻게 성착취·성범죄로 연결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며 “이런 문화나 범죄에 가담했을 때 어떤 처벌을 받는지, 묵인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성교육에 담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이 최근 디지털성범죄 사건 274건을 수사하자 검거된 피의자 221명의 29.4%(65명)가 10대 청소년이었다. 한 성착취물 공유방은 운영자가 만 12세로 밝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