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호응속 식당주인 반값 포장, 식재료 소진
“전국 곳곳 자영업자 신음, 전국규모로 확대를”
IMF구제금융기 뜻 모으고, 온정 나눈 상황 연상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대구가 ‘코로나19’때문에 가장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손님의 발길이 끊긴 식당들의 음식을 싼값에 구입해주는 자발적인 시민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훈훈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대구 맛집 일보’가 음식점 업주의 하소연과 안전한 포장 또는 배달의 뜻을 SNS를 통해 전파하고, 시민들이 이에 적극 호응하면서, 속속 ‘소진, 매진됐다. 감사드린다’는 상인들의 메시지가 올라오고 있다.
대구지역 식당들이 가장 고통을 받고 있겠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요식업 등 고객응대형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국적인 규모의 인터넷망에서 어려움을 겪는 전국의 업주들이 제시한 정보를 온 국민에게 보다 정교하고 질서있게 전달할 경우, 서민 경제에 희망의 빛을 비출 것으로 기대된다.
들불처럼 퍼지는 이같은 온정은 IMF 구제금융기에 나라를 구한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 ‘금 모으기’ 운동을 연상케 한다.
시작은 지난 21일 대구맛집일보가 SNS를 통해 “지금 동성로 상황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듭니다. 비싼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많은 업체들이 매출도 매출이지만 가지고 있는 식재료도 소비를 하지못해 이중으로 손해를 보고있습니다. 많은 지원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도저히 소비가 힘든 매장들께서는 메시지 주시면 음식이 필요한 분들께 노출될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띄우면서 시작됐다.
이 공지가 나간 지 하루 뒤 메시지로 어려움을 호소했던 업주 김모씨는 “올리자 마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너무나도 놀랐고 감동이었다. 저희는 식당이 아니라 재고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한시간 만에 소진이 되었지만 시민분들이 아니었다면 다 버려질 뻔 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봉산동 한 카페는 ‘원 플러스 원’ 포장판매 메시지를 올렸고, 22일 저녁 재료를 모두 소진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한 청과물 가게는 23일 귤 80박스를 싼 값에 내놓고 배달해주겠다는 공지를 올렸고, 당일 모두 팔기도 했다. 같은날 중구 달구벌대로의 한 김치찜 식당도 닭갈비 60인분과 김치찜 13인분이 모두 할인판매에 성공했다며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칠곡 3지구에 육회 우둔살 45㎏도 2시간만에, 북구 사수동 치킨집 통닭 45마리도 당일 매진됐다.
24일엔 대명동 돼지갈비 300kg, 서문시장 한 노점 과일가게의 남은 과일, 유명 파티셰가 있어 입소문이 자자했다가 최근 치명타를 입었던 한 제과점의 티라미수, 유천동 고기집 500인분, 칠곡3지구와 교동 전골집 40인분, 송현동 횟집 활어들, 지산동에 돼지고기집 갈매기,가브리,삼겹살,항정살 등이 모두 소진됐다.
25, 26일에도 동인동 돼지국밥집 150인분, 수성구 상동 연어 300세트, 진천동에 쌀국수 팟타이 100인분, 용산동 고깃집의 삼겹살과 막창재료, 진천동 국수 300인분 매진됐고, 동성로 짜글이갈비찌게집엔 주문이 폭주해 27일까지 이틀간 할인 포장판매를 이어가기로 했다.
현재 달서구 월배동의 한 식당, 한 포장갈비 프렌차이즈 지점, 종로와 범어동의 일식집, 수성구 초밥집, 종로 돈까스집(300인분), 샤브샤브 전문 S음식점(80인분), S고깃집(300㎏), 동성로 통닭집(200마리) 등이 올라와 온정을 기다리고 있다.
식당주인들의 호소에 시민들이 온정으로 화답하는 사이, 연예인과 뜻있는 인사들의 대구 구호 기금 기부, 재미교포의 기부 의향과 응원메시지 등이 답지하기도 했다. 위기때 마다 나라를 구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저력이 이번엔 대구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