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약관·분쟁해결 기준에
“천재지변 땐 계약금 환급” 명시
中여행 취소 수수료 놓고 민원
사스·메르스 때도 판례없어 고심
전염병도 천재지변으로 볼 수 있을지를 두고 여행사와 소비자 간 다툼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민원에 정부도 고민이긴 마찬가지다. 사전에 마련된 판례, 기준이 없어서다.
5일 관계부처와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 분쟁 관련 민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구입했는데 제대로 물건이 오지 않는다거나 신종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취소했는데 왜 위약금을 물어야 하냐는 식의 문의가 다수를 차지한다.
특히 여행상품 취소와 관련한 민원이 많다. 중국은 물론이고 동남아 지역으로 여행을 가려던 사람들이 감염 위험을 두려워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항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또 전날 발견된 16번 환자가 태국 여행 중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러한 공포는 더 커졌다.
하지만 공정위도 마땅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감염병을 천재지변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 기존 판례 등이 없기 때문이다. 사스, 메르스 때도 관련 판결이 없었다.
공정위의 ‘국외여행 표준약관’에 따르면 ‘천재지변, 전란, 정부의 명령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여행 계약을 변경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여행사들은 통상 이 표준약관을 바탕으로 계약서를 작성한다. 분쟁이 났을 때 판단 잣대가 되는 공정위의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도 마찬가지로 천재지변 등이 있을 때는 소비자에 계약금을 환급하도록 규정한다.
만약 신종 코로나의 유행을 천재지변으로 본다면 소비자들은 위약금은 물론 계약금을 100% 돌려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소비자는 여행상품 가격의 10~50%를 여행사에 배상해야 한다.
결국 해석의 문제다. 공정위의 기본 입장은 당사자 간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여행사나 소비자 어느 한 쪽의 편을 들 수 없는 데다 마음대로 유권해석을 내릴 권한이 없다.
만약 정부가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을 금지한다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아직은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회는 이러한 분쟁을 내다보고 법 개정까지 검토했지만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민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감염병 등 위난상황을 사유로 여행을 취소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하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
그럼에도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공정위가 우선적으로 기준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국여행업협회 등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해볼 계획”이라며 “향후 표준약관 개정도 전염병 등이 반영될 수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