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단가 연단위로 계약

수요 폭증 불구 매출은 제자리

제품·배송 문의로 업무 부담만

중간 유통업체서 값인상 부채질

“시장교란” 애먼 제조업체가 눈총

지난 3일 마스크가 진열됐던 대형마트 매대가 텅 빈 모습. [연합]
지난 3일 마스크가 진열됐던 대형마트 매대가 텅 빈 모습. [연합]

‘방역용 마스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로 인해 수요가 폭증,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수요 폭증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제조업체들의 표정은 화색(和色) 보다 사색(死色)에 가깝다. 매출이 수요만큼 따라주지 않는 데다, 가격 폭등이나 매점매석 등 사회문제로 인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용 마스크 제조 업체들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대형 악재를 뚫고 매출이 급상승했을 것이란 세간의 예상에 대해 일제히 손을 내저었다. 오히려 ▷매출 상승 폭 제한 ▷문의 폭주로 업무 마비 ▷유통 과정에서의 불만 가중이란 ‘3중고’를 호소했다.

마스크 수요는 급등했다 해도 매출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댈 수 있는 물량은 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 마스크 제조 업체에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근무 시간 제한을 풀었다 해도 기계의 생산 능력이 정해져, 제조 물량은 크게 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업체 관계자는 “3대의 기계를 풀가동(완전 가동)하고 있지만 생산 역량은 정해져있다”며 “현재의 비상상황을 위해 갑자기 하도급을 쓰거나 설비를 더 늘리는 식의 조치는 어렵기 때문에 나오는 물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ODM으로 마스크를 생산하는 B업체도 “추가 생산 계획에 대해 협력사와 협의를 하고 있지만, 생산 물량을 한 번 늘리면 한동안 그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며 “영업망 확충 등 다른 업무와도 손이 맞아야 생산 물량을 늘리는데, 지금의 수요 폭등은 일시적일 수 있어 고심중”이라 설명했다.

공장 생산 여력 뿐 아니라 마스크 제조에 들어가는 원자재도 최근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는 무리다. 마스크 제조 업체들은 “원자재도 연간 생산 계획에 맞춰 발주를 해놓은 상태라 갑자기 주문량을 늘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던 ‘얌체 가격 상승’도 마스크 업체에는 단가 상승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마스크 업체들은 연 단위로 단가 계약을 해놓기 때문에 수요가 늘었다고 가격을 올려받는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C업체는 “OEM으로 생산해서 납품하는건 연간 단가가 정해져있다”며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생산 업체들이 버는 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하는 A업체도 “대형유통업체들은 정찰제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을 이유로 납품 단가를 올려받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업체들은 오히려 배송 지연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면서 업무 마비라는 고충을 안게 됐다고 토로했다. 마스크 업계에서는 겨울이 ‘성수기’로 꼽힌다. 중국에서 난방을 가동하면서 대기중 오염물질이 늘어나고, 이 미세먼지가 국내로 유입돼 전형적인 ‘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많아짐)’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신생 업체들도 겨울을 추가 입점 등 납품처 확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제품 수급, 배송 지연 등과 관련해 ‘문의’를 넘은 ‘항의’에 응대하느라 영업력 확대는 꿈도 못꾼다는게 업계 설명이다. B업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슈가 터진 이후에도 신규 입점 제안보다 배송 지연에 관한 문의만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재난 상황에서 마스크 가격을 올리거나 사재기로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일 등은 마스크 제조업체가 아닌, 중간 유통 과정에서의 문제다. 그럼에도 세간의 오해로 마스크 제조 업체에 매서운 눈길이 쏟아지면서 업체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C업체는 “최근 문제가 되는 폭리는 중간 유통업자(셀러)에게 돌아가는 것인데, 마스크 업체들이 이 기회에 돈을 올려받는 얌체로 몰리고 있다”며 난감한 입장을 전했다. 도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