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이른바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어 향후 빅데이터·인공지능(AI) 산업 등의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제거된 셈이다. 김일재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직무대행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도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대감을 표명했다.
규제 개혁은 한국 경제의 마중물이다. 저성장·저고용·저투자로 고전하는 한국 경제의 활력을 견인할 성장동력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확정한 ‘2020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2.4%를 제시했다. 투자 활성화를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기업의 설비 투자는 2년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 수출은 10.3% 감소했다. ‘투자하기 좋은 나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시대착오적인 낡은 규제가 도처에 널려 있다. 의대 입학 정원은 2007년 3058명으로 묶인 이래 계속 동결 상태다. 2017년 기준 1000명당 의사 수는 2.3명에 불과하다. 한의사 제외 시 1.9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4명과 격차가 크다. ‘문재인 케어’ 실시로 의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의사는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대형 마트 규제가 7년간 이어졌지만 실익은 없고 소비자 불편만 가중됐다. 자영업자의 여건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가 1년 전보다 11만6000여 명 줄었다. 원격 진료는 20년째 시범 사업만 실시한채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중국·영국·일본은 원격 진료 모니터링 조제가 가능한 반면 한국은 원격 협진만 허용된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드문 것도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유니콘 기업 수가 중국·미국보다 현저히 적은 것도 규제와 관련이 깊다. 주요 10개국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진입 규제 9위, 데이터 인프라 환경·인재 유입 부문이 8위로 평가됐다.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기업 중 31개사는 한국에서 사업하기가 어렵다. 차량공유업체 그랩 등 13개사는 규제로 인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에어비엔비 등 18개사는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
미국 경제의 활황 이면에는 과감한 규제 혁파가 있다. 실업률 3.5%는 1965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지난 1년간 일자리 220만여 개가 창출됐다. 기업인의 경제 상황에 대한 낙관론이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 48%에서 지난해 말 76%로 상승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20년간 기업의 인수·합병(M&A)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이후 새로운 규제 1개 신설시 종전 규제 2개 폐지라는 원칙 하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했다. 1만8000페이지에 달하는 연방 정부 규제 완화에 올인하고 있다. 2018년 말 약 1600개의 규제가 철폐되거나 완화됐다. 관련 예산이 81억5000만달러 절감되는 성과를 거뒀다. 에너지 부문에 대한 규제 완화로 셰일 오일 개발이 촉진되면서 미국이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변신했다.
카카오뱅크가 영업 개시 2년 만에 1000만 고객을 돌파했다. 소비자 효용과 기업 효율을 높여 주는 규제 완화가 보여 주는 가시적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없어도 그만인 것을 없애는 것은 진정한 개혁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혁신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하다. 한국이 “모빌리티 혁신의 무덤”이라는 소리를 들어서는 곤란하다. 기업가 정신은 혁신이 장려되고 새로운 도전이 허용될 때 만개한다. 규제 개혁이 꽃피는 경자년을 기대한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