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친박계 의원 중 처음으로 불출마 선언
친박·탄핵찬성파 모두 물갈이해야 강조
[헤럴드경제=최정호·이원율 기자]대구경북(TK) 친박계 의원 중 첫 불출마 선언이 나왔다. 그동안 당 내 10여명의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서도, 지역적 이점에 쉽게 공천을 포기하지 않았던 TK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예상된다.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과감한 인적 쇄신과 통합이 진정한 의미대로 성공할 수 있도록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한국 정치의 세력 교체와 대한민국 살리기에 헌신하고자 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 참여해 정부개혁과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 등과 국가 대개조에 노력했지만 충분히 이루지 못했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우리 당의 셀프탄핵도 막지 못했다”며 불출마 선언 이유를 설명했다.
물갈이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정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야당과 손잡고 셀프탄핵을 주도한 사람들과, 뿌리 깊은 계파 갈등에 책임이 있는 핵심 인사들은 모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세력교체와 통합의 길을 여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촉구했다. 탄핵 찬성파와 또 당시 국정 농단에 동조했던 일부 친박계들 모두 불출마 해야 한다는 의미다.
헌법학자 출신의 초선인 정 의원은 2012년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공관위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박근혜 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했다.
한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공천관리위원장으로 확정된 이후 첫 친박계 불출마 선언이 대대적인 총선 물갈이로 이어질 가능성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실제 한국당 내 수도권과 부산경남(PK) 현역들을 중심으로 불만 목소리가 노골적으로 일고 있다. 그간 당세가 강한 곳에서 수혜를 입은 만큼, 적극 희생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더욱이 지금은 당이 절체절명 위기 상황이지 않느냐”며 “TK 지역에서 희생 기류가 형성되면 당장 쇄신 태풍이 불 수 있다”고 했다. PK의 한 의원은 “TK 의원 모두 저마다 사명감을 갖고 있겠지만, 당이 살려면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것”이라고 했다.
이에 TK 지역 의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총선철만 되면 TK를 흔든다는 불만이 흘러나온다. 한 TK 의원은 “매 총선에 콕 들어내 인물을 바꾸면 TK 주민들은 좋아하겠느냐”며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수 있다.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