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떡, 생계형 적합업종 전망
소상공인 보호 목적에만 치중
식품산업 발전 발목 잡을수도
장류에 이어 전통떡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창 물오른 ‘K푸드 세계화’가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자동차 전문수리업, 전통떡, 오프셋인쇄업 등에 대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추천 여부를 논의했다.
자동차 전문수리업은 중고자동차 판매업과 마찬가지로 찬반 의견이 팽팽해 다양한 의견을 제안한 형태로 중소벤처기업부 심의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전통떡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해진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이 되면 대기업은 5년간 해당 업종의 사업을 신규로 인수하거나 개시하지 못하게 된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은 생계형 적합업종에 대기업이 신규로 뛰어들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매길 수 있게 했다.
기존에 벌여놓은 사업은 계속할 수 있지만 그 규모를 확장할 순 없다. 이를 어길 땐 매출의 5%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문제는 ‘큰 그림’이다. 전통떡이나 장류 등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소상공인 보호라는 목적에 급급해 K푸드 세계화나 전통식품산업 발전 및 현대화 등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업계는 수 년 전부터 좁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려 왔다. 장류를 취급하는 식품사들은 발효식품을 해외 국가별 기준에 맞게 표준화하기 위해 균주 연구를 꾸준히 해 왔다.
현지 음식에 맞는 ‘소스’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외국 유명 요리학교나 셰프들과 협업으로 각종 메뉴를 개발하며 장류를 알리기도 했다. 인스턴트 라면이나 떡볶이는 물론 고추장, 쌈장도 이제 웬만한 국가에선 규모 있는 마트에 가면 어김없이 팔리는 식품이 됐다.
그런데 혹여 ‘사업을 더 이상 확장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는다면 기존 식품기업들이 연구개발이나 시설투자를 할 의욕을 잃게 된다. 특히, 전통떡이나 장류를 유통하는 데에는 냉장·냉동시설 등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 설비 개발이나 R&D가 필수다. 글로벌 시장 개척도 자연히 위축될 것이란 게 업계의 우려다.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에 집착해 대·중견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감소, 소비트렌드 변화 등 시대흐름으로 인해 위축되는 시장을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로만 보는 것도 편협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상공인·중소기업이 피해를 보는 것으로 간주하는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비판도 있다.
장류는 1~2인 가구 증가, 간편가정식·배달식·외식 발달로 수요가 급감한 대표적인 품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간장과 고추장 생산량은 2015년 34만2335M/T(메트릭톤)에서 2017년 32만2951M/T으로 5.7% 감소했다. 출하량은 같은 기간 34만2763M/T에서 32만1449M/T으로 6.2% 줄었다. 특히 내수시장으로 나간 간장과 고추장은 2015년 32만9279M/T에서 30만6634M/T으로 6.9% 줄어, 내수에서의 감소세가 더욱 컸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인 문구소매업도 마찬가지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고 있고, 2011년부터 일선 학교에서 준비물을 일괄 구매해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학습준비물 지원제도’까지 시행되면서 학교 앞 문방구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문구용품 소매업 사업체수는 2010년 1만6756개에서 2017년 9918개로 줄었다. 이런 현실을 적합업종 지정을 통한 중소기업·소상공인 보호로 풀겠다고 나서면서 대형마트에서는 문구류 낱개 판매를 할 수 없고 묶음 판매만 가능한 ‘묘한 규제’가 생겼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노트 5권씩 묶어 파는게 문방구 업종 보호에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하며 “내수 시장의 변화나 한계를 글로벌 진출과 온라인 강화로 풀어가는게 세계적인 흐름인데 적합업종 지정은 오프라인 출점 규제, 사업 확장 금지처럼 1차원적인 방법에만 머무른다”고 꼬집었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