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 수사 논란에 해묵은 검경 갈등 최고조
정기국회 종료 5일 전, 경찰청 수사권 조정 설명회 열고 여론전
윤 총경 구속, 황운하 하명수사 의혹 중심…상황 여의치 않아
[헤럴드경제=박병국·김성우 기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 논란 탓에 검찰과 경찰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검찰이 숨진 수사관의 휴대폰을 강제 수거해가자 경찰은 휴대폰을 ‘되돌려달라’며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검·경 기싸움이다. 경찰은 관련 논란이 수사권 조정 국면을 앞둔 시점에 불거지면서 수사권 조정에 경찰이 불리해지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5일 오전 경찰청 본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계획에 없었던 수사권 조정 설명 계획 일정은 불과 사흘 전 잡힌 것이다. 이날 배포된 자료는 모두 23페이지 분량이다. 경찰은 검찰은 주장인 ‘수사지휘가 폐지되면 경찰 통제가 힘들어진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데 내용 대부분을 할애했다. 경찰청은 자료에서 “현재 표결을 앞둔 법안은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대한 구체적인 통제권을 마련했다”며 “G20 국가 18개국중 13개국이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없다”고 했다.
경찰은 ‘하명수사’ 논란의 책임이 경찰에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과거 작성된 51쪽 분량의 울산경찰청 내부 보고서가 공개된 시점도 미묘하다. 울산경찰청은 보고서에서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는지, 아니면 경찰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피의자를 보호하고 변호하려는 입장이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최대한 사건을 빨리 해결하려고 김 전 시장 동생과 형에게 5차례 출석요구서를 발송하고 두 사람이 함께 등록된 주소지에 3차례 방문했으나 이들은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를 해지하는 등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가족이 나서 조직적으로 도피시키려 노력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경찰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밑에서 행정관으로 일했던 고(故) 검찰수사관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역신청’ 한 것도 검경 갈등 수위를 폭발시킨 계기가 됐다. 서초경찰서는 전날 A 검찰수사관의 휴대전화와 이미지 파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명확한 사망 원인 등을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A수사관의 휴대전화 등 관련 물품들은 검찰이 지난 2일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가져간 물품이다.
최근에 불거진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은 메가톤급 악재다. 민갑룡 경찰청장까지 나서며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수사권 조정 법안 처리를 앞둔 경찰 입장에서는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특히 청와대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 첩보를 전달한 인물이 현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경제부시장인 것이 드러나면서 선거전 하명수사, 표적 수사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이다.
경찰 내부도 뒤숭숭하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과장급 경찰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 있다”며 “검찰에 대해 일선 경찰들은 한이 많다. 그걸 끝낼 수 있는 사안이 바로 수사권 조정인데 수사권 조정 개혁을 추진한 행정부가 검찰의 수사대상이 됐으니 명분이 서지 않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경찰도 “검찰은 무섭고 경찰은 힘이 없다”며 “검찰에 명분을 주면 안되지만 그런 의미에서 ‘하명수사 의혹’은 아쉽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