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 등 총요소생산성, 2010년 이후 1% 그쳐
데이터·5G·미래차 등 신산업에 집중
규제개혁·제도개선·민간 혁신 '미흡'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부가 생산성 둔화에 큰 위기감을 느끼고 혁신성장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그 덕에 신산업 분야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체감도가 낮았다는 게 정부의 자체 평가다.
정부가 4일 발표한 '혁신성장 추진성과 및 향후 계획'에 따르면 한국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1986~1990년 5.7%를 기록한 이후 줄곧 3%대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2010년 이후부터 1.0% 내외로 뚝 떨어졌고, 여전히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가가치의 증가분으로, 생산과정에서의 혁신과 관련 깊다.
정부는 기술개발이나 경영혁신 등을 통한 생산성 개선세가 크게 둔화된 데 대해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총요소생산성이 떨어지는 게 심각하다"며 "노동의 기여도나 자본 기여도가 늘어날 수 있도록 여러 저출산대책을 포함해 국내 투자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아울러 총요소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주력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생산성이 2010년 수준으로 지속될 경우 2020년대 경제성장률이 1%대 후반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혁신성장'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노동, 자본 등을 투입해 성장하는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간 정부는 데이터, 5G(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이른바 D.N.A 분야와 미래차,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 등 BIG3 신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거두기 위해 집중했다.
빅데이터 시장 규모는 2016년 3440억원에서 지난해 5843억원으로 약 70% 증가했다. AI기업의 매출액은 같은 기간 2297억원에서 4391억원으로 90%의 성장세를 보였다.
수소차 보급 규모는 지난 10월 기준 3951대로, 2017년 대비 23배 늘었다. 수소충전소도 2017년 11기에 그쳤지만 현재 32기로 확대됐다. 전기차의 경우 같은 기간 3배 늘어난 8만902대에 달했다. 전기충전소도 2145기에서 5390기로 증가했다.
하지만 수치상 성과를 거둔 것과 달리 실제 체감도는 낮았다. 정부도 이를 인정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열린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청출하기에는, 초기 성과들이 국민들께 체감적으로 다가가기에는 많은 부분이 미흡했다"며 "혁신성장의 큰 틀과 그 틀을 채우는 추진방향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규제개혁 분야에서 성과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규제 샌드박스, 규제입증책임제 등 통해 총 3700여건의 규제개혁을 이뤘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혁신성장의 기본은 규제개혁"이라며 "규제를 없애야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고 경제가 발전, 혁신성장이 결실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자유특구, 규제샌드박스 등은 시범 사업일 뿐 제대로 된 결실을 거뒀다고 말하기 이르다"며 "지엽적인 부분은 많이 다뤄졌지만 서비스산업발전법 등과 같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민간 부문 혁신과 제도 개선은 여전히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소위 '개망신법'이라고 부르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를 계류 중이고, 벤처펀드 규모는 평균 330억원에 그쳤다. 정부출연연구구기관(출연연)의 특허 기술이전율도 지난해 28.3%에 그치는 등 기술이 사업화로 연결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중해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소비자를 상대로 한 창업은 많지만 기업간거래(B2B)를 대상으로 한 기술창업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신기술 창업이 활성화되면 부가가치를 높이고 성장의 틀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