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종전 CME그룹투어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이 역대 최고액 우승 상금인 150만 달러(17억4천만원)의 대회로 열리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 6556야드)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지난해보다 총상금은 2배 올렸으나 우승 상금은 지난해의 50만 달러에서 3배나 올렸다. 이전까지 가장 많은 우승 상금은 지난 6월 총상금 550만 달러에 최대 메이저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정은6가 받은 100만 달러였다. 2라운드까지 상금 8위인 김세영(25)이 선두를 지키고 있어 이 대회를 우승한다면 상금왕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유러피언투어 최종전 DP월드투어챔피언십(총상금 800만 달러)도 21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주메리아골프이스테이츠(파72 7677야드)에서 열리고 있다. 이 대회 우승 상금은 무려 300만 달러(35억800만원)다.
이는 올해 최대 메이저인 US오픈과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의 우승 상금(225만달러)보다도 많다. 보통의 PGA투어 3개 대회를 우승해야 받는 금액이다. 대회 총상금은 US오픈(1250만 달러) 보다 작지만 US오픈의 우승 상금 비율 18%의 두 배에 가까운 총상금의 37.5%를 우승자에게 몰아준다. 게다가 이 대회는 레이스투두바이(R2D) 우승 포인트를 메이저보다 많은 2천점을 준다. R2D 최종 1~5위에게 500만 달러의 보너스가 차등 지급되는데 1위는 200만 달러다. 현재로는 상위 5명이 최종전에서 우승하고 R2D 보너스까지 총 5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원래 10위까지 나눠주었으나 보너스 또한 5명에게 몰아준다. 공교롭게 올해 두 투어에서 공통적으로 최종전 우승자의 상금이 급증했다. 사실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도 우승자 ‘몰빵’ 정책을 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지난 8월말 조지아주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골프장에서 열린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해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1500만달러(181억원)를 받았다. 일반 대회의 평균 우승 상금이 136만 달러지만, 30명만 출전한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보너스는 10배가 넘는다. 그나마 이 대회는 정규 리그 대회가 아닌 플레이오프여서 상금 순위 등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PGA투어의 경우 지난해까지 투어챔피언십 우승자와 페덱스컵 우승자가 달라 두 명의 선수가 나오기도 했지만, 올해는 페덱스컵 포인트를 타수로 변환해서 마지막 대회 우승자에 상금을 몰아주었다. 하지만 이 역시 정규리그가 아닌 플레이오프여서 가능한 시도였다. LPGA투어나 유러피언투어가 이같은 승자 독식의 방식을 흥행에 참고했을 법하다. LPGA투어는 시즌 중에 쌓은 CME포인트보다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는 선수가 상금왕이 되도록 했고, 유러피언투어도 올해부터 두바이 포인트를 상금과 연계시키지 않으면서 최종전의 우승 상금만 비약적으로 높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종전에 집중하는 건 흥행 때문으로 보인다. 다른 스포츠 종목과 달리 골프는 마지막 대회라고 관심이 높아지지 않는다. 시즌 중에 열리는 전통 있는 메이저에 돈과 흥행이 몰린다. 그 결과 최종전 이전에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등 각종 항목에서 결론이 나온다. 그런 까닭에 최종전은 관심을 덜 받기도 했다. CME포인트나 레이스투두바이 포인트를 적용하고, 마지막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 숫자를 60, 50명 이내로 제한해왔어도 최종전 우승자와 스포츠라이트를 받는 스타 플레이어가 다른 경우가 자주 나오면서 우승자에 상금 몰아주기가 나왔다. 대회의 성공 여부는 흥행에 달려 있고, 그걸 위해서는 우승자에게 몰아주는 엄청난 보너스가 특효약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팀웍을 중심으로 하는 단체 스포츠에서는 정규 리그전을 마친 뒤 플레이오프에서 최종 우승팀을 가릴 수 있다. 하지만 골프는 개인 스포츠다. 선수가 가진 기량과 컨디션이 최종전에 가장 좋을 수 없다. 세계 여자골프랭킹 1위이자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고진영은 발목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메이저 2승에 통산 4승을 받은 선수가 마지막 대회에 따라 상금왕을 놓칠 수도 있다는 건 깜짝 흥행에는 좋을지 몰라도 대회를 복권 당첨 이벤트로 만드는 우를 범할 수 있다. 50명만 출전하는 유러피언투어 최종전에서 우승자에게 총상금의 38%를 배정하고 상위 5명에게만 보너스를 집중해 주는 건 매킬로이같은 스타 선수 출전에만 집중한 결과다. 하지만 이 대회의 상금이 내년 투어의 출전권을 결정하는 요소라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 PGA투어처럼 플레이오프도 아니고 정규리그 최종전이 전체 투어의 균형을 깨기 때문이다. 설사 매킬로이가 우승하더라도 올해 유러피언투어에 무관심했던 선수가 투어에는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올해 투어챔피언십의 3라운드까지 선두는 2005년에 데뷔해 193개의 대회에 출전해 우승 한번 없었던 무명 골퍼 마이크 로렌조 베라였다. 만약 그가 우승해 300만 달러를 챙긴다면 총상금 300만 달러 미만의 대부분의 정규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은 상금 배분이 불공평하다고 여길 것이다. 흥행을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정규 시즌에 포함된 마지막 대회의 상금 몰빵은 스포츠보다는 쇼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