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5년간 누적적자 4조원…사측, 임금동결 불가피
-미국 GM사장 “파업으로 생산차질땐 물량 해외로” 경고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미국지엠(GM)본사의 ‘생산물량 감축’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국지엠(GM) 노조는 전면 파업을 강행했다.
한국지엠 노조가 기본급 인상 등 임금협상 요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사측에 맞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한국GM지부는 9일부터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전면파업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11일까지 할 예정이다.
한국GM 노조 상무집행위원과 대의원 등은 이날 오전 6시 한국GM 인천 부평공장의 서문을 제외한 다른 출입구를 막고 조합원들의 출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번 파업에는 한국지엠 소속 조합원 8000여명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소속 조합원 2000여명 등 1만여명이 참여한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한국GM 부평공장의 정문과 남문 등 출입문 앞에서 조합원들의 출입자제를 당부하고 있다”며 “임금협상과 관련한 사측의 별도 제시안이 없을 경우 전면파업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지엠 노조의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파업을 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시절인 1997년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적은 있었지만 2002년 제너럴모터스가 회사를 인수한 이후에는 전면파업을 하지는 않았다.
한국지엠 노조는 사측이 노조 요구안에 대해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전면파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노조는 이달 6일까지 명문화된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9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사측에 전달한 바 있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임금협상 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시했다. 또 인천 부평2공장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망 계획, 부평 엔진공장 중장기 사업계획, 창원공장 엔진생산 등에 대한 확약도 요구했다.
지엠측도 물러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지난 5년간(2014∼2018년) 누적 적자(순손실 기준)가 4조원에 달하는 등 경영상황이 정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지난달 21~22일 방한한 줄리언 블리셋 지엠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지엠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누적되면 물량 일부를 다른 국가에 뺏길 수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당시 블리셋 지엠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지엠 임직원과 만나 “노조가 파업을 계속해 생산차질이 발생하면 물량 일부를 다른 국가에 뺏길 수 있다. 파업은 한국지엠만 손해를 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지엠은 경영정상화 일환으로 GM에 차세대 준중형SUV 트레일 블레이저와 CUV의 생산을 배정받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본사의 경고처럼 노조 파업이 계속되면 본사가 할당한 생산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제 2의 군산공장 사태’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