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하르츠 개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아일랜드는 법인세 낮춰 외자유치

-親노동정책 지속·OECD 최고 수준 법인세…경영여건 개선이 경제위기 극복 과제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식 축사에서 독일의 ‘하르츠 개혁’에 대해 언급했다. 2000년 초반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위기 당시 저성장과 실업난 극복의 해법으로 주목받았던 하르츠 개혁은 노동 유연성을 핵심으로 한 사회적 대타협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노·사·정 세 축이 큰 틀에서 합의가 필요하다”며 노동개혁의 지향점보다는 방법론에 더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경제 위기론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기업들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경영환경의 변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특히 유로존 재정위기 속에서 법인세 인하와 노동개혁을 통해 경제위기의 탈출구를 마련한 독일과 아일랜드의 사례가 주목된다. 결국 기업의 투자여건과 노동유연성을 확보해 줌으로써 자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해외투자 유치의 디딤돌을 마련한 두 국가의 경제정책은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가운데서도 현 정부들어 가속화하고 있는 친(親) 노동정책 기조에 따른 노동시장의 경직화와 비효율성은 기업의 경영활동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부는 해고자·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등 단결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노조의 강성 기조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영계의 우려한다. 노조의 사업장 내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대체근로 투입를 허용하는 등 사측의 ‘대항권’이 없는 현실에서 회사는 노조의 극단적 투쟁에 손 쓸 도리가 없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비정규직 제로(0)화’는 민간 부문까지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한자릿수 인상으로 숨고르기에 들어서긴 했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기업의 경영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독일의 ‘하르츠 개혁’ 역시 우리 정부의 노동정책과는 온도차가 크다.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핵심으로 한 하르츠 개혁은 저임금 일자리인 미니잡·미디잡 등 다양한 고용형태의 허용 범위를 확대해 고용시장의 실업자를 흡수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크게 절감하는데 성공했다.

하르츠 개혁의 성공으로 독일은 지난해 통독이후 역대 최저인 3.4%를 기록하며 유로존 국가 중 가장 낮은 실업률을 보이는 성과를 거뒀다.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들인 아일랜드 역시 우리 경제가 반면교사로 삼을만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높였다.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6개국 가운데 8위에 해당한다. OECD국가 중 최근 4년간 법인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그리스, 칠레,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등 5개국 뿐이다. 대다수의 국가는 유지 혹은 인하 추세다.

아일랜드는 한국의 절반 수준인 12.5%의 법인세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첨단 기술기업에 대해서는 그 절반인 6.25%의 법인세를 적용하고 있다. 글로벌 유수의 기업들이 앞다퉈 아일랜드 진출 러시에 합류하는 이유다.

실제로 아일랜드는 2015년 2158억달러의 해외직접투자를 유치, 이를 기반으로 2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인 31억달러의 70배에 달한다.

국가 세수에서 법인세 비중이 22.4%로 OECD 국가중 2위에 해당하는 한국과 대비된다.

전경련 엄치성 국제협력실장은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법인세 인상, 노동시장의 경직화, 2년 연속 최저임금 두 자리 수 인상으로 인한 노동비용 증가 등의 추이는 유로존 위기를 잘 극복한 국가들과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이라며 “갈수록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진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