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화웨이 사태로 국내 반도체업계 직격탄 - 최저임금ㆍ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인건비 상승 부담…구조조정 이슈화 예상 - 정부의 기업관 여전히 부정적…경영활동 위축 - 노동계 강경투쟁 상당한 부담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좀처럼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산업계에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상반기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급전직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우려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으로 제조업, IT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대내적으로도 민주노총의 총파업(夏鬪)과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이 기업 경영 환경을 억누르고 있어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2019년 하반기 경제ㆍ산업 전망’에 따르면 13대 주력산업의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7.4%, 전체 산업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4.3%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화웨이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반도체 분야는 하반기 수출 감소폭이 전년동기대비 20%대로, 주요 산업 중에서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업계는 ‘상저하고’를 전망하며, 하반기에는 반도체 업황이 반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화웨이 사태가 장기전으로 돌입하면서 기대가 무너졌다.
메모리반도체의 수요 회복이 더디고 가격 하락세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핵심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쇼크’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D램수요가 회복되고 가격 하락폭이 축소되면서 업황 개선이 예상됐지만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업황 둔화가 발생하고,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스마트폰 수요와 D램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계는 당장 최저임금 인상폭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고심하고 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은 “이번 주중에 결정해야 했던 2020년 최저임금의 인상폭을 놓고 경영자들의 우려가 벌써 커지고 있다”며 “기업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인상률이 결정된다면 실제 경영에서도 위축될 수밖에 없고, 당장 하반기 채용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년 연장에 따른 직원 고령화는 결국 기업의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반면 매출이나 수익성 개선의 여지는 줄어들면서 하반기 구조조정이 더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부정적 기업관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 재판만 보더라도 정부의 ‘재벌 개혁 프레임’에 가두고 글로벌 기업을 코너로 몰아가고 있다”며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사실상 해체의 수순을 밟으면서 비단 삼성 뿐 아니라 대기업을 포함한 한국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박 본부장은 “특히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공표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고 여론재판으로 흐르는 것은 기업을 위축시키고 역량을 소진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한국 경제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다면 하반기 경기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경기 반등 시점과 관련해 통계청의 선행ㆍ동행지수가 동반 하락 후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데, 바닥을 찍고 올라갈 건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산업생산과 서비스업이 2월 이후 반등하는 모습이어서 하반기 추경이나 경제활력 제고 대책이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