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자 설득 주거환경 개선…심리 치료도 병행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서울 중구(구청장 서양호)는 저장강박증으로 고통 받는 27가구를 파악하고 연내 이들의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강박장애 극복을 지원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중 2가구는 지난 4~5월에 걸쳐 주거환경을 손보고 정신 건강을 되찾도록 전문기관에 연계했다.
저장강박은 사용여부에 관계없이 어떤 물건이든 버리지 못하고 집 안팎에 쌓아두는 강박장애의 일종이다. 최근 그 수가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병증과 사유도 다양화되는 추세다. 그러다보니 본인은 물론 주변 생활환경까지 해치면서 이웃과의 갈등을 불러오고 있다.
구는 올 들어 15개 동주민센터와 관내 4곳의 복지관을 통해 저장강박 의심가구를 찾기 위한 실태조사를 펼쳤다. 주민 민원, 제보 등을 활용하여 모두 27가구를 발굴했는데 기초생활수급자 등 공적 복지대상이 15가구였고 나머지 12가구도 그 기준에는 해당되지 않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 가구였다. 독거노인 등 노인가구도 12가구에 이르렀다.
우선 20가구에는 사례관리사들이 주기적으로 방문해 대상자의 욕구와 위기도 조사를 벌였다. 조사에서는 저장강박 패턴과 사유, 이웃의 스트레스와 갈등 수위, 사례관리사 방문에 따른 변화 등을 심층 관찰했다. 이와 함께 상태 개선의 동의를 얻기 위한 대상자 설득을 병행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해결방안은 구청, 동주민센터, 신당ㆍ중림ㆍ유락사회복지관, 약수노인복지관 자원봉사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주거복지센터 실무자들이 모이는 민ㆍ관 통합사례관리회의에서 마련하게 된다.
구는 이러한 절차로 우선 4월에는 청구동 1가구, 5월에는 약수동 1가구에 대대적인 청소 작업을 실시해 집 곳곳에 쌓인 쓰레기를 수거하고 도배, 장판, 싱크대 교체, 수납공간 설치 등을 진행했다. 물건 정리요령 교육도 곁들였다.
약수동 대상 가구(52년생, 남)의 경우 알코올 중독까지 겹쳐 냉장고 안까지 쓰레기를 방치하고 있었으며 청구동 대상 가구(40년생, 여)도 방 안 가득한 쓰레기와 집 주변 고양이들로 주거기능을 상실할 만큼 심각한 지경이었다.
특히 저장강박증은 재발률이 높기에 구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주거환경 개선으로 그치지 않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계하여 이들이 계속 심리 회복 지원을 받도록 했다.
구는 나머지 7가구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시작한다. 주거환경개선 등을 위한 대상자 설득에 길게는 1년까지 소요될 수 있지만 완전 해결까지 지속하겠다는 것이 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환경 개선이 완료된 가구는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새로운 저장강박 의심가구도 추가 발굴한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해 공동체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