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상속 형식으로 지배력 단속 예상 실질적인 경영결정권 조원태 사장에 그룹 총수는 전문경영인 부회장 체제로 조현아·현민 자매 배정 몫에도 관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조 회장 보유 한진칼 지분 17.8%(보통주 기준)는 상속이 개시되지만, 세 자녀간 분할여부 및 분할비율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통상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우 평상시에도 유언장 관리를 하는 만큼 정리방안이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조중훈 창업회장이 4자녀에게 그룹을 분할해 나눠준 전례가 있다. 조 회장도 세 자녀의 몫을 어느 정도 정해뒀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지주회사 한진칼을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 자녀의 지분은 각각 2.3%대로 모두 합쳐 7% 남짓이다.
이들의 지분만으로는 그룹 지배가 어렵다. 조 회장 지분의 상속비율에 따라 차기 그룹 총수가 가려지게 된다.
한진가(家)의 경우 선대(先代)에서는 4형제에게만 사업분할이 이뤄졌다. 대한항공(조양호), 한진중공업(조남호), 한진해운(조수호), 메리츠금융(조정호) 등이다. 장녀인 조현숙 씨는 이렇다 할 사업을 받지 못하는 대신 소수의 지분만 받았다.
이 때문에 조 회장 후계구도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두 딸의 몫이다. 이번에는 딸들도 주요 사업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장녀인 조현아 씨와 막내 조현민 씨는 ‘땅콩회항’ 사건 이전만 해도 회사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다. 조현아 전 사장은 주로 관광 분야를, 조현민 전 대표는 주로 항공관련 서비스를 맡았다.
주력인 대한항공과 한진(주)은 아들인 조원태 사장이 맡고 비주력 부분을 딸들에게 넘기는 그림을 그렸을 수 있다. 다만 지주사 체제인 만큼 조 회장 지분을 상속받더라도 사업분할까지는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필요하다.
최근 한진그룹은 주주행동주의로 최대주주 지배력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두 딸이 각종 논란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있고, 아들인 조 사장만이 현재 한진칼 등기임원을 비롯해 대한항공, 정석기업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는 조 사장이 도맡은 구조다. 일단은 조 회장의 세 자녀가 부친의 지분을 공동으로 상속받아 지배력 누수를 최소화할 것이 유력하다. 현행 법규상 조 회장 지분은 최대 5년까지 분할없이 피상속인간 ‘공유’될 수 있다.
이후에는 유언장 또는 피상속이간 합의를 통해 분할이 가능하다.
변수는 주주행동주의다. 올 주총에서 조 회장의 대한항공 등기임원 연임을 저지한 데 이어 내년에는 한진칼에서 같은 시도가 예상됐던 상황이다. 주주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조원태 사장이 얼마나 리더십을 발휘할 지가 중요하다. 조 사장 스스로도 내년 3월 주총에서는 연임투표 대상이 된다.
단숨에 그룹 총수에 오르기보다는 당분간은 조 회장의 최측근 전문경영인을 그룹 간판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진칼 주총에서 등기임원 연임에 성공한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이 조 회장에서 조 사장 체제로의 전환을 이끄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 유력하다.
한편 조 회장 보유 한진칼 지분의 시가는 약 3300억원이다. 1700억원 이상의 상속세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과 자녀들이 보유한 지분 상당부분이 금융기관과 국세당국 등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하지만 조 회장의 퇴직금과 그간 급여와 배당 등으로 조성된 현금 자산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속세는 분납이 가능하므로 이후 세 자녀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전망이다.
홍길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