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시대, 초능력, 일상을 바꾸는 5G 시대가 당장 코앞으로 다가왔다. 본격적인 5G 경쟁을 앞두고 이동통신 3사의 5G 요금제도 하나둘 베일을 벗었다.

이통3사는 비장하다. 저마다 5G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출사표를 내던졌다. ‘세계 최고’, ‘압도적’, ‘차별화’, ‘통신 역사를 바꾼다’는 문구가 거창하다.

그런데 3사의 요금제가 어딘가 익숙하다. 약속이나 한 듯이 시작이 5만5000원이다. 담합, 짬짜미, 베끼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3G, 4G에서 이어지던 구태가 5G시대에도 되풀이 된다는 비판도 거세다. 단순히 5만5000원이 싸다, 비싸다를 이야기하려는게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통신요금이 저렴할수록 좋겠지만, 5G 네트워크 투자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3사가 제공하는 5G 요금제의 최저구간, 구간 설정이 죄다 비슷하다는 점이다.

3사 모두 최저구간은 5만5000원이다. 제공 데이터량도 대동소이하다. SK텔레콤과 KT는 8GB, LG유플러스는 9GB다. 5G에서는 LTE보다 속도가 20배 빨라지고 대용량 콘텐츠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1GB 차이쯤은 의미없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다음에는 SK텔레콤의 경우 7만5000원, 9만5000원, 12만5000원으로 넘어간다. 제공량은 각각 150GB, 200GB, 300GB다. LG유플러스는 최고가 구간을 빼고 9만5000원에 250GB를 제공한다는 점 정도가 차이다. 그나마 KT는 각 구간에 5000원을 더했다. 승부수는 ‘완전 무제한’ 카드다. 제공량 제한이나 속도제어가 없다는 의미다. 현재까지는 3사 중 가장 파격적인 구성이지만, 구간 설정 자체가 비슷하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다. KT조차도 최저구간은 5만5000원, 8GB부터다.

해외는 상황이 다르다. 국내보다 먼저 5G 요금제를 공개한 미국 1위 이통사 버라이즌은 4G LTE와 제공량은 동일하되 10달러 비싼 요금제를 제시했다. 반면, 3위 이통사인 T모바일은 5G 요금제에서도 가격 인상 없이 LTE와 똑같은 금액으로 5G 서비스를 쓸 수 있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이용자는 커버리지, 품질, 특화서비스뿐만 아니라 요금수준까지 염두에 두고 5G를 선택할 수 있는 셈이다.

아예 파격적인 요금제를 선보인 곳도 있다. 중국 1위 이통사 차이나모바일은 5G 네트워크 테스트를 통해 월 50위안(약 8400원)에 5TB를 제공한다. 여기에 텐센트 영상용 5TB, 아이치이 영상용 5TB를 추가 제공해 총 15TB를 쓸 수 있다. 아직까지는 테스트 요금제지만 현지에서는 정식 요금제화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동통신은 서비스 차별화가 쉽지 않은 산업이다. 대신 규모를 갖춘 사업자가 지배한다. 때문에 경쟁의 핵심요소 가운데 하나는 자연스레 요금이 된다. 미국과 중국의 업체들이 요금 경쟁에 열을 올리는 것도 그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요금제 경쟁은 밋밋하다.

누군가는 ‘요금인가제’ 때문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 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새 요금제를 낼 때 정부의 허락을 받는 제도다. SK텔레콤이 요금 인가를 받으면, KT와 LG유플러스가 이를 참고해 요금제를 낸다. 일종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앞서 정부가 대용량 고가 구간만 있다며 SK텔레콤의 요금신청을 한 번 반려한 만큼, 중가 요금제를 추가한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예상된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KT와 LG유플러스는 신고사업자다. 정부의 ‘인가’를 받을 필요는 없다. 좀 더 싸거나, 혹은 구간 설정이 자유로운 요금제를 내놓는다고 해서 정부가 막을 이유도 없다.

오는 5일 시작되는 상용화 초기 5G 서비스는 대부분 가상ㆍ증강현실(ARㆍVR), 초고화질(UHD) 스트리밍, 클라우드게임 등이 주요 콘텐츠가 될 전망이다. 어느 한 이통사만 제공하는 서비스는 아니다.

결국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요금이다. ‘5G 1등’을 차지하겠다면, 판에 박힌 5만5000원 요금제가 아닌 좀 더 자유로운 ‘혁신’이 필요해보인다.

정윤희 미래산업섹션 IT과학팀 기자 yu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