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박근혜 회동 ‘말씀자료’ 작성 정다주 판사 2일 증인 출석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 협력 사례’ 실제 있었는지 공방 전망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장 재판에 전·현직 판사들이 연이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실제 대법원이 청와대 로비를 위해 재판을 왜곡했는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 윤종섭)는 2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5차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날 정다주(43) 부장판사를 시작으로 증인으로 채택된 수십 명의 전·현직 판사를 법정에 세울 예정이다. 정 부장판사 외에 시진국(46)·박상언(42) 부장판사 등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지낸 판사들은 물론 현직 법원장급 인사들과 전직 대법관도 포함됐다. 법원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대책을 논의한 윤병세(66) 전 외교부 장관과 김기춘(80)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법정에 선다.
재판부는 향후 공판절차를 통해 추가로 증인을 채택할 예정이어서 총 증인은 100여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무더기 증인채택’이 이뤄진 것은 검찰이 작성한 판사들의 진술조서를 임 전 차장이 증거로 쓰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검찰 기록이 20만 페이지에 달하는데, 임 전 차장이 물리적으로 일일이 검토하는 것은 힘들다, 법정에서 모든 걸 다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청와대 의중을 파악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박근혜(67) 전 대통령의 명예훼손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등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혐의를 구성했다. 반면 임 전 차장은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것일 뿐, 실제 개별 사건에 개입할 권한이 없었고 실제 재판이 왜곡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법원 자체조사와 검찰 수사 내용에 따르면 정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하면서 여러 건의 보고서 문건을 작성했다. 행정처를 떠난 뒤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재직하면서도 임 전 차장에게 일선 동향 파악 등 문건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2015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날 때 사용할 ‘말씀자료’를 시 부장판사와 함께 작성했다. 이 자료에는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로 꼽을 만한 판결이 어떤 게 있는지 기재한 목록이 담겼다. 전교조 사건이 대표적이다.
박 부장판사의 경우도 2015년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카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 재판에 관여한 정황을 증언할 예정이다. 검찰은 청와대에서 법원행정처, 카토 다쓰야 사건 담당 재판부로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이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차 전 대법관의 경우 2014년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할 당시 청와대 주도로 열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대책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기춘 전 실장이 대책회의를 주재했고, 한·일 문제에 관해 이해 당사자인 윤병세 전 장관도 참석했다. 차 전 대법관 퇴임 후 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62) 전 대법관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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