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변+α 지목에 김정은 NCND 온건파 비건도 “빅딜 원칙 확고” 표명 美재무부는 올 첫 대북금융거래주의보
미국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해법으로 이전의 단계적 접근방식에서 일괄타결식 빅딜로 선회한 배경에는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여준 태도에 대한 실망감과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교소식통은 12일 “북한은 미국이 하노이에서 미공개 우라늄농축시설 카드를 꺼내들자 이 시설의 값을 부르거나 그에 해당하는 상응조치를 요구하는 대신 NCND(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 입장을 취했다”며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과 앞으로 협상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불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미국이 정보자산으로 취득한 영변 외 지역의 미공개 핵시설을 콕 집어 제기했는데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고, 결국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2차 북미회담이 결렬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영변 핵시설보다 플러스알파를 원했던 것 아니냐.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우리가 발견한 게 있었다”며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하노이 이후 북한의 핵무기는 물론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제거와 상응조치를 일시에 주고받는 일괄타결식 빅딜을 비핵화 해법으로 설정하고 북한의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대표는 11일(현지시간) 한 좌담회에서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지 아무 것도 합의될 수 없다”며 북한에 빅딜 수용을 압박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 하노이에서 제시한 빅딜을 논의할 자세가 돼 있어야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앞서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 역시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는 핵분열 물질과 핵탄두 제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량 제거 또는 파괴, 모든 WMD 영구 동결을 포함하는 핵연료 사이클의 모든 핵심부분의 제거를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북 ‘슈퍼 매파’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에 이어 상대적으로 온건한 협상파란 평가를 받아온 비건 대표까지 빅딜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미국의 향후 비핵화 원칙이 확고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비건 대표는 지난 1월31일 북미실무협상을 앞둔 스탠퍼드대학 강연에서는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동시적ㆍ병행적 기조를 밝히면서 핵 신고 유예를 내비치는 등 북한이 주장해온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은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에 있었는데, 북한의 언행에 진정성이 없다고 느끼고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방식은 안된다고 결론내린 것”이라며 “북한에게 최소한의 비핵화 로드맵 없이는 협상도 없다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볼턴 보좌관의 생각도, 비건 대표의 생각도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의 구체적인 대북압박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은 지난 8일 발표한 금융거래주의보에서 북한을 돈세탁방지와 테러자금 차단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지 않는 최고 위험국가라며 금융기관들에 거래주의를 당부했다고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2일 보도했다. 미 재무부의 금융거래주의보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작년 10월 이후 4개월만이다.
다만 미국은 북한이 빅딜을 수용할 경우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비건 대표는 외교는 여전히 아주 살아있다면서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했다. 신 센터장은 “미국은 제재가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로드맵을 내놓을 때까지 계속 압박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먼저 도발하지 않도록 막고 북한에게 핵이냐, 경제냐 선택하게 만드는 접근으로, 군사적 긴장만 고조시키지 않는다면 나쁜 접근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이 이를 수용한다면 타협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도 버티기에 나설텐데 경제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