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차원에서 퇴직자 취업자리 관리” -노대래, 김동수 전 위원장은 무죄 선고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대기업에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간부들을 재취업시키도록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위원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31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위원장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노대래, 김동수 전 위원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업에서 추천요청을 받은 것이 아니라 공정위가 먼저 기업에 채용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취업이 이뤄졌다“고 봤다. 또 “공정위가 중앙통제 기관으로서 시장질서 구축 등에 업무권한 행사 범위가 광범위했으므로 기업은 불이익을 받을 것을 염려해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런 불법 취업이 정 전 위원장의 인지 하에 일어났다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정 전 위원장은 공정위에서 22년 근무해 공정위 내부 관행과 사정을 잘 알고 조직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공정위 특성상 과장급 이상 간부는 잘 알고 있다”고 봤다. 또 “인사 담당 운영위원장이 정 전 위원장이 부위원장이던 시기에 ‘자리가 마련됐다’는 등의 사전 사항보고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정 전 위원장이 부위원장으로 근무하던 시기와 위원장 재직 중에 일어난 퇴직간부 취업 강요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공정위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부여받은 바에 따라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촉진해야 하는데 오히려 조직적 차원에서 기업에 공정위 출신 퇴직자 취업자리를 만들고 관리해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기업들로서는 취업 채용대상자들의 능력도 판단 못하고 채용했다”면서 “업무 방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2000년대 초반부터 공정위에 관행이 굳어졌고, 범행 당시 불법이라는 인식이 낮았던 점, 일부 기업은 거절을 해 실제 압박 정도가 크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정 전 위원장 재직시절인 2012~2017년에 공정위 인사부서인 운영지원과는 4급 이상 퇴직 예정 간부 ‘재취업 리스트’를 작성했다. 이 리스트에 오른 18명의 간부를 고문 등으로 채용하라고 16개 대기업을 압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취업자들은 임원 대우를 받으며 억대 연봉과 업무추진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ㆍ기관의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곳에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할 수 없다. 그러나 공정위는 막강한 규제 권한을 이용해 대기업에 공정위 간부들을 채용하라고 사실상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자리에 후임자를 계속 보내기 위해 기업에 정년퇴직 지시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기업 유착은 준사법기관을 자처해온 공정위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켰다”며 정 전 위원장에 징역 4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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