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에 유언녹음 파일 남겨 “또 다른 비극 생길까 우려”

“오죽 하면 그렇게 했겠습니까. 왜 국민들은 택시기사들을 이기적인 집단으로만 매도합니까?”

10일 오전 7시께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다가 분신을 시도해 숨진 택시기사 임모(65)가 입원해 있었던 서울 한강성심병원 앞. 임 씨의 사망 소식에 이곳을 찾은 동료 기사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병원 밖 만난 택시조합 관계자들은 굳은 표정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임 씨의 죽음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한 택시기사는 “카풀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모두가 택시 기사들을 욕하고 있다. 우리가 왜 이토록 호소하는지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임 씨는 지난 9일 오후 광화문역 2번 출구앞 도로변에서 분신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전신2도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 임 씨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이날 오전 5시50분께 결국 숨졌다.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기사 분신은 올해만 두번째다. 지난 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택시기사 최모(57) 씨가 카카오 불법 카풀 서비스에 반대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했다. 한달여만에 다시 발생한 비극 앞에 동료 기사들은 망연자실했다.

병원을 찾은 한 동료 기사는 “어제 저녁에 고인의 딸에게 전화가 와서 저녁 한 숟갈 뜨다가 그대로 뛰쳐나왔다”면서 “그래도 오늘은 넘길 줄 알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른 동료 기사도 “두번째 분신사건으로 다들 격양된 상태”라면서 “자꾸 이런 일이 생겨서 너무 안타깝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또 모방이라도 할까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토했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임 씨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유언을 녹음한 파일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권수 연합회 회장은 “카카오 모빌리티에 대한 사회적 불만에 대해 동료에게 토로한 유서가 있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택시업이 너무 어렵다, 하루하루 벌기도 힘든데 이 상태로는 도저히 못 살겠다는 내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회에서는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소집해 향후 대책 등을 논할 예정이다.

한편 택시 화재를 조사중인 경찰은 임 씨의 차에서 기름통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차에서 발견된 기름통이 1차 유증 반응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면서 “분신으로 추정하고 유가족 조사 등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성기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