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별것 없다. ‘말모이’는 특별하지도 독특하지도 않은 작품이다. 하지만 기본은 한다. 웃음도 있고 뒤늦게 찾아오는 감동은 꽤 묵직하다. ‘말모이’는 1940년 10월 있었던 ‘조선어학회사건’을 중심으로 한다.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까막눈 김판수(유해진)가 우연히 조선어학회의 심부름꾼으로 들어가게 된 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말과 언어는 시대의 정신을 뒷받침 하기 때문에 일본은 이를 막기 시작했고 조선어학회는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서 비밀리에 우리말을 모으기에 나선다. 짧은 소개만 보더라도 ‘말모이’의 전개는 어떻게 흘러갈지 뻔하게 예측이 된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흘러간다. 진지하지만 때론 유쾌하게 우리말을 지켜내기 위해서 사람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집중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중간에 튀어 나오는 설정과 이야기가 보는 이들의 울분을 터트리게 만든다. 일례로 아직 글도 배우지 못한 판수의 딸 순희(박예나)에게 일본어 이름이 생긴 것만도 일제의 탄압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갈 정도다.
최근 인터뷰에서 윤계상은 자신이 연기한 조선어학회 회장 류정환을 ‘말모이’ 엄유나 감독과 닮았다고 표현한 바 있다. 말 그대로다. 극 중 류정환은 융통성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기본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엄유나 감독 역시 요행을 바라지 않고 뚝심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비록 그 과정이 심심하기도 하고 눈요기할 것도 없지만 그래서 후반부의 감동이 더 묵직하게 전달된다. 까막눈에서 조선어학회에 들어가 글을 배우고 조선어학회의 존재 이유를 알게 되는 판수는 극 중에서 가장 극적으로 변화하는 인물이다. 그 역을 맡은 유해진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모든 연기를 ‘말모이’에서 보여준다. 유쾌하면서도 진심을 안고 있는 소시민 판수가 유해진이 아니라는 것은 상상이 안 된다. 조선어학회의 멤버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수장인 류정환을 연기한 윤계상부터 김홍파, 김선영, 김태훈, 민진웅에 카메오로 출연한 유재명, 최귀화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판수의 아이들로 나오는 조현도, 박예나의 연기는 관객들도 무장해제 시킨다.
다만 소재가 주는 신파적 요소는 그 부분에 취약인 관객에겐 반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판수의 성장이 워낙 극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긴 하나 관객을 마치 작정하고 울리겠다는 듯 과하다. 그간 일제 강점기를 다룬 작품은 많았으나 독립군, 의병들의 활약이 아닌 말과 언어에 집중을 했던 작품은 없었다. ‘말모이’가 시대와 정신을 잇는 말과 언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마지막 크레딧까지 꼭 보고 나오길 권장한다. '진짜' 주인공들의 모습이 주는 감동은 영화의 감동과 결이 다르게 다가온다. 오는 9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