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국가가 실패하는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성공의 기득권화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부작용의 본말전도로 성공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뒷걸음치는 두 가지 이유다.
우선 대한민국 성공 부정을 짚어 보자. 대한민국은 불과 반세기 만에 전세계 최빈국에서 반세기만에 7번째 30-50(3만달러 소득과 오천만 인구 이상) 국가에 진입했다. 우리 앞의 6개 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뿐이다. 반세기 전 남쪽보다 소득이 두 배였던 북한의 피폐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대한민국은 성공한 국가인가’라는 질문에 전세계는 ‘그렇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실패한 국가로 보는 시각도 국내에 존재한다. 놀라운 성공의 빛 이면에는 압축성장에 따른 어두운 그림자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압축성장의 부작용도 인정하자.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 등 일부계층에 집중되고, 그 과정에서 불공정과 도덕적 해이도 있었다. ‘성공의 빛이 큰가, 부작용의 그림자가 큰가’ 객관적으로 비교해 보라. 성공에 따른 부작용을 과대평가해 성공 자체를 부정하면 우리는 역사에서 배울 게 없다.
한강의 기적을 이끈 시장경제는 이기심에 기초를 둔다. 이기심을 부정하는 국가는 어김없이 몰락했다. 이기심이 추락하면 갈등이지만, 승화하면 혁신이 된다. 이기심이 승화한 기업가정신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말이다. 된장에 구더기가 있다고 장독을 깨버릴 수는 없다. 성공의 빛을 존중하되 안주하지 말고, 실패의 그림자를 학습하되 억매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문제의 일부분이 될 것인가? 선택은 무척 쉽다.
다음으로 성공 안주에 의한 실패의 길을 짚어 보자.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유일한 국가다. 그런데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서로를 비난하면서 기득권화된 것이 한국이 뒷걸음치는 또 다른 이유다.
국가실패의 핵심요인은 이익집단의 기득권화로 인한 혁신역량 감소다. 재벌, 이익단체, 노동조합이 기득권의 대표들이다. 이들은 규제와 표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를 저지하고 있다. 카풀과 원격의료와 같은 갈라파고스적 규제 해결을 위해 소비자후생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결정 원칙이 확립돼야 한다.
반도체와 조선을 비롯한 모든 대한민국의 성공에는 우연의 외부환경과 필연의 내부역량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다. 따라서 환경변화를 무시하고 과거 성공방식을 고집하면 핵심역량은 핵심장애로 돌변한다. 과거 중화학공업 성공방식을 4차 산업혁명에 그대로 적용하면 당연히 실패하게 된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복제하는 전세계의 모든 시도는 실패했다. 시간과 공간의 환경에 인간의 역량이 최적 결합되는 것이 국가 성공방정식인 것이다.
반도체산업의 예를 들어 보자. 지금 한국을 먹여 살리는 반도체도 당시 미국의 일본 견제라는 환경요소에 이병철 회장의 기업가정신이 접목된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반도체 비화들은 당시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얼마나 한국 반도체산업을 지원했는가를 알려준다. 지금 미국은 중국의 첨단산업을 견제하고 있다. 한국에는 또 다른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의미다.
성공의 경험은 살려내고 부작용은 극복하자. 기업가정신이 사라진 국가는 문제는 없지만 성공도 없다. 과거 성공학습과 문제해결을 위해 미래비전이 공유돼야 한다. 미래비전 공유가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의 기득권을 누르고 상생(相生)의 길을 열 것이다. 과연 한국의 국가비전은 무엇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