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어둠 뚫고 첫차 탄 사람들 소방관·청소노동자·간호사 등 다양 지하철서 책 읽으며 자기계발도 “올해는 경기 나아져야 할텐데”

서울역 승강장 지하철 첫차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  정세희 기자/say@
서울역 승강장 지하철 첫차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 정세희 기자/say@

2일 오전 5시10분 경기도 고양시 11번 마을버스 안, 해가 뜨지 않아 창밖은 어두컴컴했다.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진 이날, 시동을 건지 얼마 되지 않은 버스안은 냉기가 가득했다. 30년 경력 소방관 윤석원(60) 씨는 경기도 양주로 출근하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른 시간 출근하는 게 고단할 법도 한데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힘들어도 아내와 아들 딸을 생각하면 없던 힘도 생긴다”며 “새해 소망은 소방관들이 편하게 먹고 살아야 한다”며 웃었다. 그는 “소방관들의 일이 적어진다는 건, 그만큼 국민들이 편안하다는 거다. 다치는 사람, 아픈 사람 없이 모두가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이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어둠을 뚫고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었다. 간호사, 건물 청소원, 회사원, 호텔 직원…. 새해 첫 출근길 첫 차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올해 소원을 물었다.

▶“사랑하는 가족들 건강했으면”=서울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경의선 첫 차에서 직장인 이규태(54) 씨는 역사책을 읽고 있었다. 서울 시내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이 씨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백마역에서 첫차를 타고 출근을 한다. 그에게 아침은 자기계발을 위한 소중한 시간이다. 출근길 시간을 쪼개 책을 읽고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운동을 한다고 했다. 이 씨는 “올해는 하는 일이 잘 되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호텔에서 근무하는 배진솔(25) 씨는 첫 차를 타야만 여유있게 고객 맞을 준비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출근시간은 오전 7시였지만 미리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려면 30분은 일찍 가야만 한다. 배 씨는 “일찍 출근하는 것보다 호텔 일을 하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호통을 치는 고객들로 힘들 때가 더 많다”고 했다. 올해 소망을 묻자 “지난해 몸이 안 좋았다”면서 “새해에는 건강을 잘 챙겨야겠다”고 웃었다.

이른 시간 출근하는 건 고될 수밖에 없었다. 야외에서 일하는 이들은 추운 날씨가 걱정거리였다. 야쿠르트를 판매하는 한 아주머니는 “이런 날은 사람들도 많지 않다”면서 “그래도 일찍 나가는 새가 벌레를 많이 잡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파트 건설현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첫차를 탄 박모(67) 씨는 “자식들 건강하고 잘되는 것, 벌 수 있을 때까지 돈 많이 버는 게 소원”이라고 전했다.

▶“올해는 경기가 살아나야 할텐데”=자영업자 김모(70) 씨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첫차를 타고 일주일에 한번씩 대전으로 출근을 한다. 김 씨는 “작년에 너무 힘들었는데 경제가 살아날 기미가 안보여 큰 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건물청소 일을 하고 있는 이모(51) 씨는 “잘릴 걱정 없이 일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오전 7시부터 2시까지 건물 청소를 하는 그는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하지만 여기는 적용이 안돼 그대로다. 속상하지만 잘릴까봐 말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래도 건강하게 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른 아침 이미 일을 시작한 이들도 있었다. 제빵사인 최수원(44) 씨는 오전 6시께 서울역 지하 제과점에서 빵을 굽고 있었다. 경기도 화정에 사는 그는 오전 5시40분에 가게 문을 열기 위해 매일 새벽 4시 40분 첫차를 타고 출근을 한다. 이른 시간 출근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습관이 돼 그냥 일어나게 된다”고 답했다. 그는 “손님들이 다시 방문해 ‘맛있었다, 고맙다’고 인사할 때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해에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줬으면, 그것 말고는 없다”고 전했다. 오븐에서 빵을 꺼내는 그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있었다.

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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