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위도가 높은, 내 고향 독일은 10월만 되어도 해가 급격히 짧아진다. 11월이 되면 오후 5시만 되어도 어둠이 깊게 내려 앉는다. 그런 긴 겨울 밤을 지켜주던 구세주는 바로 크리스마스였다.

독일에서는 성탄절을 앞두고 4주간 축하하는 문화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준비하는 기간이라 하여 강림절, 어드벤트(Advent)라고 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강림절 달력, 어드벤트 캘린더(Calender)를 주고 받으며 성탄절을 기다린다. 19세기 처음 시작된 이 달력은 12월 1일부터 24일까지 표시되어 각 날짜 마다 만들어진 창문을 열면 사탕 또는 작은 선물이 담겨 있어 크리스마스를 가장 즐겁고 오래 즐길 수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아름다운 조형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예쁜 크리스마스 수공예품을 판매한다. 다양한 먹거리도 빠질 수 없다. 겨울 밤 차가워진 몸을 감싸주는 따뜻한 와인 ‘글뤼바인’, 한국의 감자전을 연상시키는 ‘칵토펠 퍼퍼’, 독일 전통 쿠키 ‘슈니발’ 등 그냥 지나치기엔 아쉽다.

반짝이는 전구 아래 놀이 기구는 가족들과 함께 온 많은 어린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강림절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예수 그리스도 탄생일에 동방박사들을 이끈 베들레헴의 별처럼 따스한 온기의 빛들로 가득하다.

나의 본격적인 한국 생활은 1991년부터 시작됐다. 독일을 떠나 스위스, 영국, 인도네시아, 케냐 등을 전 세계 호텔을 거쳐 1988년 쉐라톤 홍콩에서 근무 할 당시 서울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며 역동적인 그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고 그렇게 한국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특히 독일과 같은 전후 분단 국가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었다.

서울에 처음 와서 추석, 설날 등 한국의 명절 분위기를 보고 정감을 느꼈다. 크리스마스는 1991년 한국에 처음왔을 때와 비교해보면, 눈부신 경제 성장과 동반한 소비 문화의 확산으로 확 달라졌다. 거리 곳곳에 울려 퍼지는 캐럴 송으로 활기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두 나라의 크리스마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역사와 전통은 다르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때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가 빛을 발한다.

나는 부인과 함께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두 딸과는 멀리 떨어져 지내고 있다. 하지만 든든한 아들과 딸이 한국에 생겼다. 다름 아닌 그랜드 힐튼 서울의 직원들이다. 열정적이면서도 한국인들의 정을 가진 그들은 늘 나를 감동시킨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그랜드 힐튼 서울의 총 지배인으로 근무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들 덕분이다.

성탄과 연말의 세계적 상징은 선물이다. 속정 깊은 한국인들도 이젠 그것을 더 적극적으로 드러냈으면 한다. 그랜드 힐튼의 어드벤트 캘린더와 사탕은 이웃, 고객, 직원을 위한 소소한 선물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배려와 감사하는 마음만 있으면 값비싼 보석 보다 빛난다.

미국 작가 오 헨리 단편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 속 제임스와 델라처럼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팔 수 있는 마음으로 내 곁에 있는 가족, 친구, 연인, 회사 동료를 위한 크리스마스 카드와 선물을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내가 처음 보고 놀란, 정 많은 한국사람 답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