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지정-시장 위축 반복 가능성 커 성장성 꺾이며 중소기업도 동반침체 겪어 막걸리·장류 시장 ↓…소비자 후생도 외면

생계형 적합업종의 대상이 되는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사례를 보면 오히려 시장이 쪼그라들며 중소기업을 살리는 실효성도 미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결과, 해당 품목의 시장규모는 성장보다는 정체되고 고용효과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장ㆍ고추장ㆍ된장 등 장류 시장이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의 지난 2014년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 매출은 고추장(-13%), 된장(-29%), 당면(-55%) 등으로 일괄 하락했다. 식품제조업의 고용 비중도 2010년 11.4%와 비교해 2012년 10.9%로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시장 자체가 위축되면서 장류 영세업체가 활성화되는 모습도 요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 업체들도 시장 성장이 막혀 있는 가운데 질적 성장까지 어려워진 셈”이라며 “시장 규모가 커야 투자가 늘어 연구도 하고 공장도 더 짓고 고용도 늘어나는 법인데 이미 한계가 지어진 시장에 어떤 기업이 투자를 하겠느냐”고 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제도는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제도로, 지난 2011년부터 시행됐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기업의 업종 진출과 확장이 3년간 금지된다. 이후 재지정을 통해 3년간 재연장이 가능해 총 6년의 제한을 받는다. 다음달 13일부터 시행되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도 기존 중소기업 품목에 포함된 73개 업종을 대상으로 한다.

문제는 업종 특성을 간과한 보호 위주 정책이 오히려 시장 성장 가능성을 막는 경우다.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하기 전에 기존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과연 실효성 있는 제도였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막걸리는 2000년대 후반 ‘막걸리 붐’으로 성장을 거듭했지만 2011년 중기 적합업종 지정으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2011년 생산량과 매출액, 수출액에서 모두 최대치를 찍었던 막걸리 출고량은 2011년 45만8198㎘에서 2013년 42만6216㎘로, 출고액은 2011년 5097억원에서 2013년 4738억원으로 각각 7% 줄어들었다.

수출엔 규제 제한이 없었지만 중기 적합업종 지정으로 내수 기반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해외 수출이 성공적일리 만무했다. 일본에 수출하던 CJ제일제당의 ‘오이시이 캔 막걸리’ 등 막걸리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들도 얼마 안가 사업을 접었다. 막걸리 수출액은 2011년 5274만달러(약 595억원)에서 2년 만에 1886만달러(약 213억원)로 64% 급감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결국 2015년 막걸리를 중기 적합업종에서 제외했지만 과거 5000억원대였던 국내 막걸리 시장은 최근 3년 새 3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커야 중소기업도 그 시장 내에 나눌 파이가 있는 것”이라며 “중기 적합업종 지정 당시에도 대기업 참여가 막히면 막걸리 시장이 커지지 않는다는 반발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막걸리가 가진 여러가지 몸에 좋은 성분 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브랜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시장을 키우는 힘인데 소기업들로선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촘촘하지 못한 제도로 소비자들의 후생이 보장받지 못할 우려도 크다. 두부는 중기 적합업종 지정으로 국산 콩 포장두부를 생산하던 대기업 매출액이 제한되면서 전체 판매액이 급감하는 사태를 겪었다. 결국 2014년 국산 콩 포장두부는 규제에서 제외됐다.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포장두부 시장 소비자들은 제도 도입 결과 월평균 24억원, 연간 287억원의 후생 손실을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유정 기자/kula@


kul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