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과 따로 노는 주가…작년 상승분 반납 금리인상 발목·신흥국 금융불안도 걸림돌 모멘텀 부재에 주주친화정책 기대도 난망

국내 은행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에도 주식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이은 하락으로 은행주들의 가격은 싸졌지만 금리인상 기대감이 점차 약화되면서 내년에는 모멘텀 부재로 매력도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KB금융 주가가 26% 넘게 급락한 것을 비롯해 신한지주(-13.5%), 하나금융지주(-22.4%) 등 주요 시중 은행주들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 작년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 기대감에 힘입어 1.6% 상승했을 뿐이다.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은행주들이 나란히 두 자릿수 대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은행들은 분기마다 호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신흥국을 둘러싼 금융불안과 각종 규제 이슈에 주가는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지속적으로 순매도로 대응하면서 낙폭은 커졌다. 전문가들은 은행주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만큼 앞으로 외국인들의 순매수 전환이 없는 한 의미 있는 주가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가 호실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증권업계에선 배당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정책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은행들의 이익 규모가 크게 증가한 만큼 올해 주당배당금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시행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자본효율화”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은행들의 자사주 매입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상시적인 주주가치 제고 정책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내년에도 순이자마진(NIM)의 상승과 대출 증가로 호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을 기점으로 실적이 내리막길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실적을 크게 훼손할 변수는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이익 사이클은 점차 정점에 다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환경도 은행주들에게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주의 주가 흐름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금리인상 기대감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이지고 있는 데다 금리인상 시 직격탄을 맞게 될 가계부채 후유증 때문에 금리인상 기조는 흔들리고 있다.

증권업계는 부진한 경제 성장이 발목을 잡으면서 다시 저금리 정책에 무게가 실릴 경우 은행주의 매력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요구되는 주주친화정책 카드도 선뜻 내놓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한정태 연구원은 “가격이 매우 싸보이지만 성장성과 모멘텀 부재로 파격적인 주주친화정책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재미없는 주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