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ㆍ이베스트 증권 법적 책임 명확화 - 현대차-유안타ㆍ신영증권 민사소송에 영향 - 금감원, 관련 금융사 대상 포괄적 조사 - 최종부도 시 채권단 발 소송 가능성 [헤럴드경제=원호연ㆍ김현일 기자]증권사들의 대규모 손실을 불러온 중국 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 과정에 대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법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증권사 간 법적 분쟁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다음달 8일 ABCP의 최종 부도 여부가 판가름 나면 채권단의 새로운 소송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화투자증권 본사에 수사관 6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CERCG가 보증한 ABCP 발행과정에서 실무를 맡은 한화증권 직원 심모 씨의 개인PC와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해당 자료를 토대로 심 씨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지난 9월 중순 현대차투자증권이 심 씨에 대해 ABCP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중요 사항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고소하면서 이번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지난 5월 8일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 투자증권은 중국 에너지회사 CERCG가 지급보장한 자회사의 1억5000만달러(원화 1650억원 상당) 규모 달러 표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ABCP를 발행했다. 그러나 발행 사흘 만에 CERCG가 과거 발행했던 채권이 부도됐고 CERCG가 보증한 ABCP도 크로스 디폴트(교차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ABCP에 투자했다가 고스란히 손실로 반영한 증권사 5곳은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현장 실사를 하지 않는 등 주관사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양사의 법적 책임을 주장했다.
현대차투자증권이 심 씨를 고소한지 1달 반만에야 강제수사가 진행된 배경에는 지난 12일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나온 윤 금감원장의 발언이 있다. 당시 윤 원장은 “ABCP 발행에 법적 책임이 있는 주관사가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라는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의 질문에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라고 답했다. “ABCP 발행의 경우 주관사가 존재하지 않고 거래주선사의 역할만 했다”며 주관사로서 법적 책임을 부인해 온 양사의 주장에 금융당국의 수장이 선을 그으면서 경찰 수사에 속도가 붙은 셈이다.
권희백 한화투증 대표는 “주관사 여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외부 법무법인의 법률자문을 얻었는데 아니라는 답변을 얻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자체적으로 ABCP 발행과 관련 상품 판매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검사나 현장점검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금융투자검사국을 중심으로 각 부서가 기존에 확보한 자료를 공유하면서 포괄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며 “경찰 수사 결과를 공유하거나 참고할수도 있다”고 밝혔다. 기존 조사가 각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별로 규정 위반 사항이 없었는지 확인했다면 이번 조사는 이번 사태의 전체 그림을 그리고 최종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얘기다.
경찰 수사 결과와 금감원 조사 결과가 나올 경우 법적 분쟁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은 현대차투자증권을 상대로 각각 150억원과 100억원 규모의 ABCP 거래를 이행하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두 증권사는 “현대차투자증권이 인수하기로 약속해 해당 물량을 셀다운 받았지만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증권은 구두로 한 약속은 법적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ABCP의 상환 만기가 내달 8일로 다가오면서 대형 소송전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피해를 입은 한 증권사 관계자는 “CERCG 측에서 5년간 분할 상환 안을 내놨지만 이에 대한 협상결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최종 부도 처리될 경우 주관사의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손해를 배상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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