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주만에 핵심 CEO 전격교체 - 판토스 지분매각 등 일감몰아주기 해소 잰걸음 - LG사이언스파크ㆍ북한 방문 경영보폭 넓혀 - 연말 정기인사 새판짜기 관심집중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6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가운데 정중동 행보 속 예상보다 빠르게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대외활동은 최소화하면서도 전광석화 같은 핵심 경영인 교체와 서브원과 판토스 등 지주사의 자회사 매각작업을 속도감있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LG '싱크탱크'인 서울 마곡 소재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하며 현장경영에 시동을 걸었고, 이어 남북정상회담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면서 첫 대외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취임 3주만에 CEO 전격교체…연말인사 새판 관심= 구 회장은 취임 직후인 3주 만에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LG 대표이사로 낙점하는 원포인트 조기인사를 단행했다.

정기 인사가 아닌 시기에 CEO를 교체한 사례가 거의 없는 LG그룹의 관행을 감안할 때 이례적으로 평가됐다.

이어 지주사 인사팀장을 이명관 부사장으로 교체하고 취임 후 첫 연말 정기 인사를 준비해오고 있다.

연말 인사는 부회장 6인 체제 변화 가능성과 인사 폭에 관심이 모아진다.

구광모 체제의 빠른 구축을 위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할지, 6인의 보좌체제를 유지한채 안정을 도모할지 주목된다.

▶지주사 일감몰아주기 해소 잰걸음= 구 회장이 지주사의 일감몰아주기 해소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구 회장은 종합물류 계열사인 판토스 보유 지분 전량(7.5%)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녀인 구연경씨 등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까지 19.9%(39만8000주)를 모두 미래에셋대우에 매각한다.

매각이 완료되면 ㈜LG→LG상사→판토스로 출자구조가 단순화된다.

LG그룹 측은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라는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구 회장의 지분 매각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LG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판토스 지분 19.9%는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인 20%에 미달하는 규모지만 향후 강화되는 규제 기준에 미리 대응해 논란의 불씨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취지다.

구 회장의 판토스 지분 매각대금은 상속세 재원으로 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 회장은 상속세를 구본무 회장이 타계한 달 말일 부터 6개월이 되는 11월 말까지 납부해야 한다. 상속세는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11.28%)를 법정상속분으로 나누면 최소 20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LG그룹은 서브원의 소모성자재(MRO) 사업부를 분할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지주사 ㈜LG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서브원은 대기업의 MRO 사업 운영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응하고 사업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분할매각과 외부 자본 유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3개월 내 LG그룹이 잇따라 일감 몰아주기 해소 작업에 나선 것은 지난 8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이 발표된 직후 발빠르게 이뤄졌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현행 총수 일가 보유 지분율 30%(비상장사 20%) 이상 기업에서 상장 비상장 구분 없이 20% 이상으로 확대하고, 총수 일가 지분이 20%가 넘는 회사가 보유한 지분율 50% 이상 자회사까지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대내외 경영활동 보폭 넓혀= 구 회장은 지난달 굵직한 대내외 경영활동을 소화했다.

지난달 12일에는 취임 후 첫 공식일정으로 LG그룹 연구개발(R&D) 심장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현장을 찾아 현장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고(故) 구본무 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LG사이언스파크를 첫 현장경영 방문지로 택해 눈길을 끌었다.

구 회장은 LG사이언스파크에서 미래 전략을 점검하고 R&D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구 회장은 “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R&D 메카로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그 중요성이 계속 더 높아질 것”이라며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전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적극 추진과 국내는 물론 북미, 일본 지역의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스타트업 발굴할 것”을 강조했다.

이어 엿새 뒤인 18일에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재계 4위 그룹 총수의 존재감을 대외에 각인시켰다.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구 회장은 남북경협 구상 질문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말씀을 드릴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많이 보고 듣고 왔다”고 말했다.

▶경영구상 몰두…과제도 산적= 취임 후 100일간 구 회장은 꼭 필요한 대외활동 외에 전반적으로 현안파악과 경영구상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지난 7월과 10월 임원세미나도 열지 않았다. LG는 그룹 최고경영진과 임원을 대상으로 매년 3, 5, 7, 10월 임원세미나를 진행해 왔지만 구 회장이 취임한 이후 임원세미나는 개최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11월 초부터 시작되는 사업보고회를 거쳐 연말 인사 등 경영구상에 좀더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 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산적하다.

연말 정기인사는 물론 경영권 승계 마무리 단계인 상속세를 해결해야 하고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 문제도 매듭지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젊은 총수 리더십을 확립하고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로봇, 인공지능 등 미래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연말 인사가 끝나고 나면 사업 재편이나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 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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