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1982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골프는 올해 자카르타-팔램방 아시안게임에서 10회째 열린다. 지난 9번의 대회에서 한국이 거둔 성과는 금메달에서 남자 단체전 3개, 개인전 2개, 여자 단체전 4개, 개인전 4개로 총 13개다. 역대 금메달 32개 중에 3분의 1이 넘는다. 금메달 7개씩을 딴 일본과 대만을 제치고 독보적인 선두인 것이다. 지나온 9개 대회마다의 역정(歷程)을 되돌아보자. * 9회: 1982년 인도 뉴델리- 남자팀 11개국이 참가해 델리GC에서 처음 열렸다. 대한골프협회(KGA)는 대표 선수 구성에 애를 썼으나 국내 아마추어 선수의 기량으로는 안 될 것 같았다. 결국 재일교포 김기섭, 김주헌, 재미교포 김병훈을 영입하고 국가대표 김성호를 합친 대표 팀을 급조했다. 일본을 제치고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한 건 요행이었다. 당시 김기섭은 일본아마추어골프선수권 우승으로 명성을 날리던 선수였다. * 10회: 1986년 한국 서울- 남자팀 12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한양CC에서 9월21~24일간 열렸다. KGA는 4년 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년도부터 선수 육성에 나섰다. 당시 이동찬 코오롱그룹 회장은 KGA회장으로서 앞장 서서 선수 육성에 나섰고, 선수들을 모아 합숙 훈련도 시켰다. 최종 선발된 선수는 김종필, 곽유현, 김성호 3명과 4년 전의 출전 경험이 있는 재일교포 김기섭이었다. 결과적으로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은메달(김기섭)을 거뒀다. 당시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김기섭이 16번 홀까지 선두였지만 17번 홀에서 아웃오브바운즈(O.B.)를 내서 무너졌을 때다. 결국 필리핀의 열여섯 살 브라비오 라몬이 우승했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의 성과로 KGA는 대한체육회에 경기단체로 정식 가맹된다.
* 11회: 1990년 중국 베이징- 남자팀 13개국이 출전했고, 이때부터는 여자 경기도 열리면서 5개국이 출전했다. 골프장은 베이징에서 유일한 골프장인 베이징CC에서 열렸는데 당시 한국은 중국과는 정식 수교가 안되어 있어 출입국 과정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한국은 남자 단체전(안주환, 오진근, 한영근, 민혜식) 동메달에 그쳤으나 여자는 단체전(원재숙, 염성미, 이종임) 금메달에 개인전(원재숙) 금메달까지 달성했다. 당시 정신여고 2학년이던 원재숙은 개인전 금메달에 이어 단체전 금메달을 이끈 주역이었다. 이종임도 은메달을 따 최고의 성과를 냈다. * 12회: 1994년 일본 히로시마- 남자팀 10개국, 여자팀 6개국이 출전해 하치혼마츠CC에서 열렸다. 남자 단체팀(안주환, 허석호, 김창민, 김종철)은 동메달, 여자 단체팀(강수연, 한희원, 송채은)은 은메달에, 개인전 은메달(강수연), 동메달(송채은)을 획득했다. * 13회: 1998년 태국 방콕- 남자 13개국, 여자 8개국이 참가해 알파인GC에서 경합했다. 여자는 단체전(장정, 김주연, 조경희)에서 은메달, 개인전에서 장정이 동메달을 따면서 체면 유지를 했지만, 남자는 단체팀(김성윤, 김형태, 김대섭, 노우성) 5위로 저조했다. 대만 팀이 개인과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했다.
* 14회: 2002년 한국 부산- 남자 16개국, 여자 6개국이 참가해 아시아드CC에서 경합했다. 경기장은 아시안 게임을 대비해 부산시가 건립한 골프장이다. 이 해에는 북한 골프 팀이 조총련계 재일교포 선수를 내세워 처음 출전했다. 또한 이란 여자 팀은 얼굴을 가린 선수 복장으로 참가했다. 물론 북한 팀은 평균 80타대, 이란 여자 팀은 평균 90타대 후반 스코어를 기록했으나 참가에 의미가 있었다. 한국은 금메달 2개를 목표로 했지만 남자 단체전(권기택, 김병관, 김현우, 성시우)에서 은메달, 개인전(김현우) 동메달을 땄고, 여자는 단체전(김주미, 임성아, 박원미)에서 금메달을 개인전에서는 은메달(김주미), 동메달(박원미)을 획득했다. * 15회: 2006년 카타르 도하- 사막 한가운데 조성된 도하GC에서 개최됐다. 한국 대표팀은 사막 코스의 기후와 잔디를 경험하는 전지훈련을 거쳤다. 그 결과 40도를 오가는 혹한에도 투혼을 발휘해 전 종목 금메달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남자 단체전(김경태, 강성훈, 김도훈A, 김도훈B) 금메달, 개인전 금메달(김경태), 여자 단체전(유소연, 최혜용, 정재은)과 개인전 금메달(유소연), 동메달(최혜용)을 획득하면서 한국 골프가 아시아 최강임을 확인했다. 그해 9월 일본아마추어선수권에서 김경태, 강성훈이 1, 2위를 나눠 가지면서 남자부는 금메달을 기대했지만, 여자부는 대만의 쩡야니가 아마추어 1위 자리를 지킬 때였다. 하지만 유소연이 투혼을 발휘하면서 한국 여자 팀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 16회: 2010년 중국 광저우- 드래곤CC에서 개최됐다. 2006년 금메달 싹쓸이 이후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로 데뷔하면서 이제 새로운 진용이 꾸려졌다. KGA는 목표치(금2, 은2)를 낮춰 잡고 선수도 고등학생으로 구성해 전지훈련에 주력하고, 국제 대회 경험을 쌓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남자 단체전(김민휘, 이경훈, 박일환, 이재혁) 금메달, 개인전(김민휘)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자도 단체전(김현수, 김지희, 한정은)과 개인전(김현수)에서 금메달을 따고 동메달(김지희)까지 따냈다. 4년 전과 동일한 쾌거였다. * 17회: 2014년 한국 인천- 쓰레기매립장을 친환경적으로 개편했다는 드림파크 골프장에서 24개국 113명(남자 80명, 여자 33명)이 출전했다. 이 대회부터 선수들이 경기중에 부시넬 같은 거리 측정기를 사용하도록 허용된 것이 큰 변화였다. 한국은 여자 개인전에서 박결이 마지막 날 보기없이 버디 8개를 잡아 태국의 수카판 부사바콘을 1타 차로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마지막날에 2타나 뒤지던 박결은 9번 홀부터 3연속 버디를 잡으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마지막 홀에서 8m 버디 퍼트가 최고의 장면이었다. 최혜진, 이소영과 짝을 이룬 단체전에서는 태국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남자 종목은 모두 은메달에 그쳤다. 김남훈이 마지막날 4타를 줄였지만 2타차 은메달이었다. 단체전(김남훈, 공태현, 김영웅, 염은호)에서도 개인전 금, 동메달을 차지한 대만에 이어 은메달에 그쳤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올해 대회의 전망은 그리 녹록치 않다. 중국 등 신흥국에서 뛰어난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고, 발굴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랭킹을 봐도 마음놓을 수 없다. 하지만 역대 아시안 게임 대회들을 되돌아보면 한국은 아시아 골프에서는 두말 할 나위없는 최강국이었다. 뛰어난 선수와 팀워크로 일본과 대만 태국 등을 따돌렸고, 이것이 아시안 게임의 종합 순위에도 기여했다. 이제 2라운드가 남았다. 올해도 태극기를 단 역대 선수들이 발휘했던 불굴의 정신력과 멘탈의 승리가 금빛 드라마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한국 금메달 업적: 역대 32개중 13개 획득 남자 5 : 개인 2(김경태 06, 김민휘 10년), 단체 3(86, 06, 10년)여자 8 : 개인 4(원재숙 90, 유소연 06, 김현수 10, 박결 14년), 단체 4(90, 02, 06, 10년)